쇼핑은 어려워

by 조작가

가끔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신기한 건 한 번도 욕을 안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 모임은 나 때문에 며칠을 두고두고 웃었다. 애엄마가 고기를 사 오라고 해서 혹시나 실수할까 봐 갈비용으로 쓸 것이며 두께는 얼마이며 어느 부위를 살 것인지 상세하게 설명된 애엄마가 보낸 문자를 고깃집 사장에게 보여주고 고기를 샀다. 결국은 잘못 샀다. 돼지고기를 사 오라는 걸 소고기로 사 온 것이고 우리 집 식구는 며칠 동안 그것도 못 사오냐 하면서 내 욕을 하면서 덕분에 맛있는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사실 돼지고기 사기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찌개용인지, 구워서 먹을 건지에 따라 돼지고기의 부위와 써는 두께가 다르다. 몇 번씩이나 확인하고 고기 파는 아줌마한테 확인을 해도 제대로 사온 적이 없다. 너무 잘게 썰었던가 너무 두껍게 썰었던가, 아니면 비개가 너무 많거나 비개가 너무 없거나이다.



얼마 전에 세제를 사 오라고 해서 마트엘 갔었다. 세제만 몇 칸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떤 걸 사야 할지 몰라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물었다.

'이거 세제 맞아요?'

'네. 세제 맞아요.'

세제 하나를 들고 집에 왔더니 세제가 아니란다. 그럼 세제가 아니라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건 세제가 아니라 세제 보조제란다. 분명 세제라고 쓰여있었고, 살림만 30년은 넘게 했을 거 같은 50대 아줌마로부터 현장에서 자문을 구해 샀는데 잘못 사 왔다니... 더 이상 바보 소리 듣기 싫어 마트에 가서 세제로 교환했다.



상추도 조금 난이도가 높다. 잘못 살까 두려운 마음에 살림 잘 할거 같은 점원 아줌마에게 물었다. 그녀는 나를 호구로 봤는지 나에게 묻지도 않고 상추를 마구 담았다. '좀 많은 거 같은데요?'라고 내가 말해도 마구 담았다. 내가 '그만'을 외쳐서야 상추 담기를 멈췄다. 나는 센스를 부려 상추와 함께 먹으면 좋을 깻잎 2개를 사들고 왔다. 칭찬은 고사하고 욕을 들어 먹어야 했다. 상추는 너무 많고, 깻잎 2개 중 하나는 완전히 썩었기 때문이다.



물건 사는 거 너무 어렵다. 점원에게도 물었고 배테랑 살림꾼에게 자문을 구하고 샀는데도 이 지경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한 번도 물건을 제대로 사온 적이 없는 나에게 계속해서 심부름을 시키는 이유는 뭘까? 이건 틀림없이 여자들이 남자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거나 똥개 훈련시키기 과정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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