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urist - Radiohead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여행광들은 돈이 생기자마자 비행기 표를 구매한다. 변변한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본 나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조금 아쉽다. 유럽이든 어디를 다녀온 지인에게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는 친구를 못 봤다. 대부분 사진 몇 장을 공유해주고는 끝이다. 대부분 유명한 명소나 자연경관이나 길거리, 혹은 그곳에서 먹은 음식 사진이나 예쁜 옷을 입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뿐이다.
"너 거기서 도대체 뭘 본거야?"
"글쎄 나도 몰라. 여러군데 돌아다녀서 바쁘고 정신없었어"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그곳에 왜 왔는지 이유도 모른 채 왔다가 간다. 유럽 여행 패키지 대부분은 최대한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국가를 돌아보는 코스다. 마치 경쟁하듯이 많은 국가를 여행상품에 넣곤 한다. 열흘에 7-8개 국가 방문도 있다. 하루에 두 국가를 방문하기도 한다.
유럽의 거의 모든 지방은 그리스로마신화부터 근대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그러한 역사 문화를 모르고 유럽을 방문한다는 건 눈을 감고 여행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여행하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 방문했다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배워가지고 오는 게 여행의 도리다. 배우는 게 머리 아프고 쉬고 싶다고 한다면 쉴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면 그만이다. 쉬는 게 필요하다면 몰디브나 동남아 해변가가 좋다.
비틀즈로 대변되는 브리티쉬락의 성지와 셰익스피어로 대변되는 영국 근대 문학을 테마로 해서 한 달 동안 영국을 돌아보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다. 리버풀에서 비틀즈 음악 질릴 때까지 듣고 오거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셰익스피어 희곡을 몇 번씩 보고 싶다. <비포 시리즈>에서 셀린과 제시처럼 유럽 열차를 타고 그들이 다녔던 파리와 빈의 뒷골목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다. <전망 좋은 방>에서 루시 일행처럼 이탈리아의 전망 좋은 곳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그곳이 어디라도 수 천년 동안 내려오는 역사와 문화와 삶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즐겨야 한다.
이봐, 천천히 가, 천천히 가 Hey man, slow down, slow down
멍청아, 천천히 가, 천천히 가 Idiot, slow down, slow down
그들은 나에게 도대체 어디 가냐고 물어봐 They ask me where the hell I'm going
초당 1000피트 속도로 말이야 At a 1000 feet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는 바쁘게 몰려다니는 프랑스의 미국인 관광객들을 보며 'The Tourist'라는 곡을 썼다. 그는 이 곡에서 '바보들아 천천히 해라'라고 말하면서 느리게 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행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삶이 하나의 여행이라면 삶도 여행처럼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쳇바퀴 돌듯 정신없이 목적도 모른 채 살아가다 보면 , '이것을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데,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추거나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