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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Nov 02. 2020

김은희 작가의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15년 차 호텔리어의 솔직한 고백

 저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회사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었다. 워킹맘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책을 읽으면서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사흘 후 휴직을 결심했다. 휴직이 끝난 후에도 결국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이어서 퇴직을 했다.


 당시 호텔 매니저로서 육아 휴직을 낸 경우는 없었고, 주변에서도 이를 말릴 정도였다. 그만큼 저자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했다.  


 그런데 그러한 뛰어난 업무 능력이 오히려 육아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치열하게 일했던 워킹맘일수록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 p52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회사에서 업무를 빨리 처리하고, 효율적으로 해서 인정받았다. 그런데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아이를 교육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인내’와 ‘공감’이었다. 회사처럼 빠른 아웃풋을 내는 것은 육아 교육이 아니었다.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참고 봐주고,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어도 그냥 지켜봐 줘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줘야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다. 첫째 아이에게 애정을 충분히 쏟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휴직을 결심했다.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던 커리어우먼이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운동과 중국어 공부를 통해서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육아는 정신적인 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많은 힘을 소모하는 행위다.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빠져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식은 커피로 피곤함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매일 아침이 전쟁 그 자체였던 것이다.


 첫째 딸에게 애정을 보여주려던 마음은 사라지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엄마가 되었다. 회사에서의 습관이 집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아이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통제를 받으면서 엄마를 멀리하려 했다. 처음에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후회를 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결국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아이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 p51



 워킹맘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고, 전업주부는 가사 일이 힘들어서 아이와 질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모두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저자도 마찬가지였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규정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살려서 아이와 함께 한다면 아이와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나도 육아에 참여를 많이 못해서 (아니면 안 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소홀했다. 사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나도 좋아하는 보드 게임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요새는 아이들과 가끔씩 체스 게임을 하면서 승부욕을 불태운다. 비록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아빠를 따라서 자신들만의 소설을 만들어서 쓰고는 한다.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모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책을 하는 것보다 아이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부모가 캠핑을 좋아한다면 같이 캠핑을 가서 추억을 쌓고, 캠핑보다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아이들과 집에서 보드 게임이나 다른 놀거리를 찾아도 된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꾸준히 육아를 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p64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좋은 팁을 많이 알려준다. 모두 저자가 실제로 경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커리어우먼에서 전업주부로 살면서 앞으로 주부로서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 교육을 받게 하는 열정적인 엄마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신’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건강하고, 자신의 인생을 갖고 살 때,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줄 수 있고, 아이들도 그런 엄마를 보고 배운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아이들이 곁을 떠나기 전에 지금부터 서서히 미래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업글맘 3종 세트도 인상적이다. 첫째는 건강이 중요한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라고 한다. 저자는 홈짐을 추천한다. 둘째는 남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 재테크를 공부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결국 공부의 중요성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독서가 전부다’라고 말할 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글맘은 결국 업글대디와 마찬가지다. 아빠들도 건강, 재테크, 독서의 3박자를 잘 갖추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육아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물론 육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육아학 박사를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육아다. 하지만 ‘완벽한 부모’가 되기를 포기하고,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답을 알 수 있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면 된다.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또한 ‘기다림’ 그리고 ‘적당한 거리 두기’도 필요하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아이에게 더 화를 내고 많은 것을 요구해서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나의 육아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사실 엄마보다는 아빠라는 핑계로 육아에 소홀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게임이나 TV를 보는 아빠가 아니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것이 조금이나마 아이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첫째가 나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왜 게임을 안 해?”

 “아빠는 게임보다 다른 중요한 일이 더 많아서”


 그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왜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한 때는 게임을 좋아했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다른 것들을 많이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안 할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게임을 안 한지 이미 20년은 넘은 것 같다. 대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피아노를 연습한다. 물론 가끔은 넷플릭스로 영화와 드라마도 즐긴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육아’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나(아我)를 키우는 행위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도 배우고 성장한다. 만약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인내심’과 나의 새로운 원초적 본능(‘화’)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이들도 부모를 잘 파악하고 있다.


 아이들은 결코 어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을’과 ‘갑’의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의지하고 상생하고 성장하는 관계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 아이는 부모 곁을 떠난다.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독립한다. 그때까지 부모는 아이가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 온실 속에서 키운 아이는 20년의 세월이 지나도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 나의 자녀 교육이 어떤지 돌아보자.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모로서 어떠한 교육이 도움이 될지 감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킹맘,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같이 읽어야 할 책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머리를 때린 글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정답은 바로 내 아이가 알고 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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