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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Oct 28. 2020

오혜경 작가의《엄마 졸업식》: 엄마의 사랑이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3주기를 맞아 엄마에 대한 책 한 권을 남겨드리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먼저 떠난 엄마를 기리기 위해서 이 책을 기획했다.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15년간 근무하고 동화구연가로서 활동할 만큼 책과의 인연은 깊다. 물론 책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책을 쓰면서 그녀가 기울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다. 


 《엄마 졸업식》. 제목부터 애잔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부제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엄마를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다. ‘엄마 졸업식’이라는 의미는 왠지 저자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졸업’이라고 비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결국 언젠가는 ‘졸업’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 같다. 


 저자는 예상치 못하게 엄마를 일찍 떠나보내고 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자의 엄마가 세상을 떠날 때 감사함과 미안함을 다 전달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엄마가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니 심경이 오죽했겠는가? 


 아이를 낳은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아빠의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저자와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마치 어릴 적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세대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 때는 다들 먹고 살기 힘들고, 많이 부족한 시기였기 때문에 부모님 세대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연탄을 때고, 에어컨도 없고, 칼라 TV가 막 보급되었다. 당연히 휴대폰은 없었고, 집 안에 전화기 한 대가 있어서 이 전화를 모든 가족이 이용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 라면 봉지에 쌀을 담아오라고 했다. 나도 어머니가 쌀을 담아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자는 집에 쌀이 부족해서 쌀을 반밖에 못 담았고, 선생님한테 혼이 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등록금을 제 때에 내지 못해서 교무실에도 불려갔다. 


 당시 저자가 느꼈을 당혹감과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엄마가 원망스러웠을까? 비록 엄마가 싱글맘으로서 생계를 위해서 매일 늦게까지 일해야 했지만 한참 예민한 시기에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사춘기에 가출을 하고픈 생각도 하고, 이대 거리를 밤늦게 거니면서 방황을 했다. 그래도 다행히 꾸준히 공부를 해서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여 도서관 사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보여준 교육열 때문이리라. 


 문득 우리 어머니가 생각났다. 외할아버지는 김천의 갑부였지만 정치에 발을 담그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어머니는 어릴 적에 부유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 등록금을 못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은 외삼촌과 함께 선생님에게 종종 불려가서 벌을 섰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늘 돈에 대한 아쉬움과 한이 서려있었다. 그래서 자식들은 돈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억척같이 돈을 불리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형과 나는 아버지의 월급이 박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 어머니가 중첩되었다. 우리 어머님도 작가님 어머니처럼 부지런하고 음식을 잘하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당신만의 레시피가 있어서 명절마다 어머니 음식은 늘 인기가 좋았다. 


 ‘감사’와 ‘사랑’이라는 두 단어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동안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은 과분할 정도였는데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표현을 잘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가끔씩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 저자의 경험처럼 잘못된 것은 어머니 탓이었고, 잘한 것은 나 덕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반성을 하게 된다. 또한 어머니가 건강하게 잘 사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반면 저자는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까? 어머니가 임종하셨을 때, 그 전에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지 못해서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보고, 가슴 한 켠이 시렸다. 


 다행히 저자는 엄마와 15년 전에 같이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늘 강하고 억척같이 사셨던 엄마였지만, 관광지인 동굴 속에 들어가면서 겁을 집어 먹었다. 저자는 엄만의 손을 잡고,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의 주름 잡힌 손을 막상 잡아보니, 크고 묵직한 게 험하고 거친 일을 하셨다는 것이 전해졌다. 1시간 정도 꽉 잡은 손은 땀이 찰 정도가 되었다.”  - p107


 예전에 우리 외할머니는 만날 때마다 항상 안아주셨다. 따뜻함을 느끼기에는 역시 어루만져야 한다. 나도 어머니 손을 잡은 적이 없고, 안아준 적이 없다. 문득 다음에는 꼭 안아드리고, 손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부모님이 영원히 곁에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효도를 오늘, 내일 미룬다. 언젠가 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바쁘게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지금 당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당장 표현하고,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서술했다. 특히 저자는 아들을 키우고, 가정생활을 하면서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감정의 회포를 다 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고, 이 책을 어머니에게 바친 것이다. 이제 하늘에 계신 저자의 어머니도 책을 보고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읽혀주고 싶고, 주변에 바쁘게 사시는 분들께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 어머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든다. 또한 단순히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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