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11. 2021

영화 <먼 훗날 우리> : 가난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

넷플릭스를 통해서 <먼 훗날 우리>를 관람했다. 원래 주동우(저우동위)라는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2018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인데, 한 마디로 훌륭하다. ‘스토리, 영상, 음악’ 3박자가 모두 잘 맞는다. 중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해서 무려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고 한다. 


https://youtu.be/XaY-18brpFs


영화의 시작은 2007년 춘절(시골)에 흑룡강성 야오장으로 가는 귀성열차부터다. 여주인공 펑샤오샤오는 남주인공 대학생 린젠칭과 우연히 열차에서 합석한다.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었다. 이들은 ‘베이징 드림’을 꿈꾸면서 북경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이다. 시골에서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멋있게 사는 것이 목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상경하여 성공을 꿈꾼 것처럼 말이다. 


- 멋있는 장면 : 열차가 고향 부근에 와서 눈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자, 주인공과 친구들은 눈길을 헤치고 걸어간다. 아름다운 설원이 인상적이다. (물론 눈 속을 걷는다는 것이 엄청 힘든 일이겠지만)


린젠칭의 아버지는 고향에서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다. 설날 때마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북적북적하게 설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젠칭이 어렸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나서 혼자서 아들을 키워야했다. 다행히 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북경에 있는 공과 대학을 다녔다. 


이웃에 사는 샤오샤오는 반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비록 어머니는 해외에서 살고 있었지만, 설날마다 빈집에 찾아온다. 집에 모셔둔 아버지 영정을 돌보고, 추억을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배우 저우동위의 친아버지는 그녀가 초등학생일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젠칭을 알면서 부터 샤오샤오는 설날을 젠칭과 그의 아버지, 친구 분들과 함께 보낸다. 술도 너무 잘 마시고, 강인하게 보이는 샤오샤오다. 심지어 욕도 찰지게 잘한다. 이런 샤오샤오에 대해서 젠칭은 호감을 느끼지만, 감히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 멋있는 장면 2 : 샤오샤오가 젠칭과 그의 아버지, 친구 분들과 함께 새해를 축하하는 장면. 따뜻한 느낌이 전해온다.


대학을 졸업한 후 젠칭은 대기업과는 거리가 먼 용산 전자 상가 같은 곳에서 일하고, 나중에는 심지어 불법복제 CD를 거리에서 판다. 샤오샤오는 북경에 정착하기 위해서 ‘돈’과 ‘지위’가 있는 남자친구를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형편이 어려워진 샤오샤오는 결국 젠칭의 낡은 다세대 아파트에 같이 살게 되면서 사랑을 키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가난한 연인인 이들의 ‘베이징 드림’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꿈인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점차 어려운 현실을 도피하면서 게임에만 빠져드는 젠칭은 둘 사이의 간격을 더 벌어지게 만든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은 얼마나 지속할까? 과연 이들은 북경에서 꿈을 이룰 것인가? 

베이징~! 내 말 들려? 우리 곧 대박 날 거야. 우리 부자가 될 것이라고
- 샤오샤오

영화의 줄거리에도 이미 나와있지만, 이들은 결국 베이징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하지만 10년 후 우연히 비행기에서 다시 재회한다. 마침 비행기가 폭설로 이륙을 못하자 이들은 항공사에서 준비한 호텔에 묵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젠칭은 비행기의 비즈니스 칸에, 샤오샤오는 이코노미 칸에 있다. 이는 이들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헤어져야만 했고,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는가? 만약 헤어지지 않고, 같이 살았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행복했을까? 이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한다. 


호텔에서 둘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젠칭의 동료에게 들키게 된다. 


결국 둘은 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또 하나의 우연은 '현재에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차 안에서 나누는 이들의 대화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 받은 부분이다. 

너무 웃기지 않아? 네 아내가 될 뻔했는데, 내연녀 취급을 받다니
- 샤오샤오


이 때 흐르는 첼로 음악은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다. 


샤오샤오 : 젠칭, 나 좀 봐. 'I miss you' 
젠칭 : 나도 보고 싶었어. 
샤오샤오 : 내 말 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샤오샤오 : 옛날 일이 바로 어제 같아. 지금도 어렸을 때처럼 유치하게 굴고 있잖아. 넌 아직도 철이 덜 들었어. 옛날하고 하나도 달라진게 없어. 안 그래? 
젠칭 : 가장 슬픈 건 난 슬퍼할 자격도 없다는 거야. 게다가 이제는... 널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어.

(정확히는 I missed you겠죠.)


서로 다가가기에 이미 이들은 너무 먼 길을 떠났다. 


- 멋있는 장면 3 : 설원을 가르며, 자동차가 달린다. 맨 처음에 나온 기차가 눈속을 달리던 것과 비슷하다. 이들은 눈 속에서 만나고, 눈 속에서 다시 함께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여주인공 펑샤오샤오 역의 저우동위의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남주인공 린젠칭 역의 지앤칭 역시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에서 저우동위의 연기력에 감탄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녀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푹 빠졌다. 속으로 ‘정말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그녀가 다른 연인에게 차이고 나서 젠칭 앞에서 울다가 활짝 웃는 그 장면. 그리고 아무런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눈빛 하나 만으로 시간과 공간을 꽉 채우는 연기가 정말 대단하다.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은 배우의 연기에는 이러한 순간에 ‘썰렁함’이 느껴진다.)


남주인공 징보란 역시 배역을 잘 소화했고, 무엇보다 여주인공과 케미가 워낙 좋았다. 한 마디로 선남선녀의 훈훈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북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억척같은 삶을 잘 연기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둘째, 영화의 배경과 음악이 너무 좋다. 


하얀 설원이 펼쳐지고 산 속으로 기차가 달리는 모습이 멋있다. 나중에 자동차로 눈길을 달리는 모습도 장관이다.


거기에다가 음악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찼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주제곡이 피아노 반주와 나오면 ‘아, 정말 이러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끝이 찡해진다.


또한 현재의 흑백(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칼러(과거의 이루어진 사랑)를 대비하면서 장면을 전환하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마지막 장면을 꼭 봐야 한다. 그것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https://youtu.be/P02sEySphAw


마지막으로 부모의 사랑이다.


자신에게 무뚝뚝한 아들을 사랑하고, 자상한 그의 여자 친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이 분 때문에 의외의 일격을 맞아서 눈물이 난다.


엄마의 사랑뿐만 아니라, 아빠의 사랑도 정말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연인과의 사랑과 교차해서, 부모와 자신간의 사랑도 이 영화의 주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끝까지 봐야 한다. 


마지막 또 한 방이 남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세요”


영화의 메시지가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자세한 것은 영화를 직접 보고 느끼셨으면 한다. 2018년 영화이지만 단연 손으로 꼽고 싶은 멜로 영화다. 또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지역 간 격차 등 중국 사회의 빛과 어둠도 잘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한 가지 질문을 남기고 싶다. 


우리는 과연 헤어진 연인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까? 아니면 그 반대를 원하는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만약 사랑하던 연인이 나보다 더 어렵고, 비참하게 산다면,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 같다. 결국 과거의 연인도 나의 인생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를 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이 영화 외에 저우동위가 열연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도 추천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안생도 겉으로는 거칠지만, 마음은 여리고 속에 정이 깊다. 묘하게 <먼 훗날 우리>의 주인공과 겹친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https://blog.naver.com/chojazz/221262224627


매거진의 이전글 루이스 헤이의《하루 한 장 마음 챙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