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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17. 2021

《아메리칸 더트》: 두 모자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여정

오프라 윈트리 북클럽이 선정한 최고의 소설

 요새 멕시코의 카르텔(마약 범죄조직)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 리디아와 그녀의 남편 세바스티안, 아들 루카는 멕시코 남서부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아카풀코에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리디아의 조카 성인식에 들이닥친 시카리오(카르텔의 암살자)에 의해서 온 가족과 친지가 몰살당하고 만다. 그녀와 아들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리디아는 아들을 데리고 당장 범죄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다. 심지어 형사가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 그만큼 경찰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부패한 경찰을 접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실제로 멕시코 지방 경찰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카르텔을 잡기 위해서 경찰 수를 무작정 늘렸다가 오히려 이들에게 봉급을 제때에 주지 못하면서, 경찰이 카르텔에게 뇌물을 받게 된 것이다.)


 “리디아의 몰살된 가족들 시신 위로 성호를 긋는 스물네 명이 넘는 경찰과 의료진 중 일곱 명이 이 지역 카르텔로부터 정기적인 뇌물을 받고 있다.” - p24


 이는 리디아의 남편인 기자 세바스티안이 로스 하드리네로스의 헤페(보스) 하비에르에 대한 기사를 쓰고 나서부터다. 조직 폭력단의 보스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은 상당히 큰 리스크가 있었지만, 그래도 내용은 꽤 공정하면서 오히려 하비에르가 아카풀코 도시의 치안을 안정시켰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는데도 말이다. 왜 그랬던 것일까? 


 그전에 리디아와 하비에르는 우연히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리디아는 손님인 하비에르를 알게 되었고, 그가 거대 조직의 두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다가 범죄 조직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남편의 자료를 우연히 보다가 그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비에르는 리디아를 사랑했지만, 리디아는 진정한 우정을 느꼈을 뿐, 사랑의 감정은 전혀 없었다. 결국 리다아는 남편에게 이러한 사정을 밝히고 나서, 앞으로 범죄 조직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좀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남편은 이러한 사정을 듣고도 질투보다는 아내의 의견을 참고해서 좀 더 조심해서 기사를 작성했다.  


리디아가 하비에르에 대한 남편의 기사를 읽고, 100% 문제없다고 장담했지만 그녀의 가족은 모두 몰살당했다. 혹시라도 자신과 아들은 살려달라고 간청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분명히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그의 방치된 인간미에 호소하고, 그의 이상한 양심을 인정하면서 살려달라고 간청할까?” - p167


 그렇다면, 도대체 왜? 왜? 왜?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이 경솔했다고 후회한다.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도시를 탈출한다. 심지어 고속도로에도 카르텔의 부하들이 지키는 검문소가 있어서, 남편의 친구 도움을 받아야 했다. 고속도로도 마음대로 못 다니는 멕시코의 사정이 어느 정도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치안이 불안한 것이 멕시코다. 우연히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이야기도 봤다. “지방 경찰을 믿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군인이 낫다.”라고. 

출처: Unsplash

 영화《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를 보면 이러한 부패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남쪽에 치우쳐 있어서 북쪽은 오히려 카르텔에 의해서 장악되었다. 이들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할 정도다. 카르텔은 웬만하면 시민은 건드리지 않고, 카르텔끼리 전쟁을 할 때는 오히려 도로를 차단해서 민간인 희생자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그래도 멕시코의 카르텔은 잔인하다.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기본이고, 아주 잔인하게 살해해서 밖에 걸어둔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함이다. 영화와 책에도 이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치와와 주의 ‘후아레스’라는 멕시코 도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한 때는 하루에 8~9명꼴로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위험한 국경 도시다. 최근에는 사망률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다. 

출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네이버 영화, 포토

 이 소설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아카풀코는 게레로 주에 있는 항구도시로, 멕시코 시티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남쪽 휴양도시다. 이 곳은 대표적인 관광지로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마약 전쟁을 심하게 겪은 곳이라고 한다. 2013년에 살인율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물론 주로 카르텔 간의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가 주를 이룬다고 하지만, 그래도 빈민가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한 지역에서 리디아 모자는 탈출에 성공한 후, 하비에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 무작정 도망쳤다. 다행히 영리하고 머리가 좋은 리디아는 다양한 방법을 써서 도시를 탈출하고, 난민들이 주로 타는 화물열차를 타고 엘 노르테로 도망친다. 결국 이 곳에서 미국으로 가기 위한 탈출구를 찾기 위함이었다. 

출처: Unsplash

 모자는 우연히 솔레다드, 레베카라는 두 명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온두라스에서 멕시코까지 도망쳐온 난민들이다. 이들의 사연도 기구하기 짝이 없다. 결국 두 모자는 두 소녀와 한 가족이 되어서 미국으로 향하는 탈출 길에 오른다. 


 미국으로 가는 행렬(캐라반)에 끼기 위해서는 브로커에게 적어도 인당 4백~6백만 원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일주일간 사막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정신력도 필수다. 막상 미국에 도착해도 돈 한 푼 남아있지 않을 지경이 된다. 중산층의 리디아 모자도 거지가 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미국행을 택해야 했다. 멕시코에 남아있으면, 언제든지 타깃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고향을 탈출하는 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라는 부패하고, 관리는 무능하고, 경찰과 군인이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내용은 소설이지만, 사실에 기반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안전한 사회에서 사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된다. 또한 멕시코뿐만 아니라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출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네이버 영화, 포토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이었다.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남편도 불법 이민자 출신이었다. 그녀의 할머니도 푸에르토리코에서 1940년대에 이민을 왔지만 늘 미국 사회의 차별을 느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저자는 약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을 집필했다.


 “뉴스에 나오는 난민들을 볼 때 저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랐다.” - p612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4년간 자료를 조사했고(2013년~2017년), 최대한 사실에 기반해서 소설을 썼다. 저자의 유려한 문체와 믿기지 않는 슬픈 사연이 잘 결합되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을 보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책에서 등장하는 난민들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오직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다. 위험한 화물 열차 (많은 사람들이 화물 열차를 뛰어서 탑승하다가 또는 지붕에서 떨어져서 죽거나 불구가 된다), 이민국, 카르텔 등 수많은 난관을 찾아서 오직 자유를 찾아 나섰다.  


 과연 리디아와 루카는 자유를 찾을 것일까? 책의 분량이 꽤 많은데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숨 막히게 진행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이 소설을 읽고, 나중에 멕시코 여행을 주저하실 수도 있지만, 유명한 관광지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합니다.


출처: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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