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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1. 2021

《내 몸 내 뼈》: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그동안 의사 분들이 쓴 책을 종종 읽었지만 주로 의학지식을 가르쳐주는 실용서였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의사이면서 저자인 황신언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을 의학적인 지식과 잘 접목을 했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이다. 


 저자는 이미 산문집을 썼을 정도로 문학적인 소양이 있고,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주로 레지던트 때 글을 썼고, 전문의가 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하면서 그것을 32편의 몸에 대한 기록으로 완성했다. 저자의 유쾌 발랄한 문체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나는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느낀 후 빠르게 메모하며 적어 내려갔다.” - p7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저자와 같이 나도 내 몸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밖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우리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몸’이다. 이 몸에서 각자의 신체부위가 자신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출처: Unsplash

 나이가 들면서 점차 신체 기능 중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흰 머리카락이 늘고, 등산할 때는 가끔씩 무릎이 아프고, 또 어떨 때는 고관절에 통증이 올 때도 있다. 상자를 무리하게 들다가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시력이 안 좋아서 눈을 보호하는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눈, 치아, 목, 어깨 근육, 허리, 고관절, 무릎, 심지어 발바닥이 관리 대상이고, 내장은 다행히 위궤양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잠재적인 당뇨병, 고지혈증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같이 나도 내 몸을 하나씩 점검하게 된다. 사실 우리의 몸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히 의식을 하지 않으면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미래의 자율 주행차와 같이 우리의 몸은 내가 의식을 안 하더라도 본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몸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통증’을 주고, 반항을 시작한다. 


 저자는 이러한 몸에 대해서 독특한 표현을 많이 쓴다. ‘욕망의 불꽃으로 점화된 촛불처럼’ 입술 이야기, ‘그래, 밥은 배불리 먹었니?’ 위장 이야기, 얇은 살가죽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니 ‘피부 이야기’, 인체를 이루는 206개 뼈 사이에서 ‘뼈 이야기’. 


 저자의 레지던트 시절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각막을 채취한 경험이 인상적이다. 


 “나도 각막을 채취한 경험이 있지만, 돼지의 눈으로 실습한 것이어서 사람의 눈과는 달랐다. 사람의 눈은 분명 의미를 감추고 있다. 애모, 질투, 애련, 경멸... 너무도 많은 생각이 눈동자를 타고 흐른다.” - p40 


 인간이라는 존재도 결국 죽고 나면 뼈와 살만이 남을 뿐이다. 영혼의 불꽃이 꺼진 눈에는 아무런 생명이 없다. 제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결국 남는 것은 뼈와 살뿐이다. 우리는 이 뼈와 살을 지탱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시간이 더 흐르면 뼈만 남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뼈와 살을 지탱하고, 만족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어차피 몸속에 들어가면 똑같지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운동한다. 죽으면 다이어트의 의미도 없지만. 

출처: Unsplash

 책을 읽으면서 복잡한 신체 기관과 다르게 인생이라는 것이 굉장히 단순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판을 치는 나의 손가락, 화면을 바라보는 눈, 생각하는 뇌. 그리고 그 와중에 기쁨과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뇌 속의 호르몬. 지적 만족과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책을 쓰고, 글을 읽지만 그것도 살아생전 일 때뿐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이 1년, 10년, 30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살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 나의 신체기관의 행복(?)을 위해서. 


 저자의 ‘입’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다. 

 “입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항상 놀란다. 이토록 작은 구강에서 혀끝의 말 몇 마디가 분쟁을 일으키고, 재앙을 불러오고, 비극을 뱉어 내다니.” - p90


 우리의 입은 신체 기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입을 통해서 음식을 먹고, 또한 사랑도 나눈다.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의 의사 표현을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입은 중요하고,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뼈는 우리 몸의 하드웨어를 지탱한다. 소중한 내장을 보호하고, 206개의 뼈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이 뼈는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동시에 한계를 만들다. 우리 인간에게 겸허함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아무리 유연한 몸을 가진 사람도 결국 뼈의 한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뼈는 인간의 생을 지탱하고 동작을 지배하는 버팀목처럼 보이지만, 진짜 기능은 외적으로 한계를 긋는 것이다.” - p299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신체 기관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에 감사함을 느낀다. 저자의 은유적인 표현과 삶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내 몸, 내 뼈’를 돌아봤으면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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