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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01. 2021

수정 작가의 《서른의 규칙》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이제 겨우 서른 번째 봄이다. 찬란하게 빛나고 뼈저리게 아팠던 시간을 지나 마주하게 된 나의 서른. 앞으로 내게 어떤 시간을 선물해줄까?” - p69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문득 서른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서른은 어떠했는가? 그야말로 좌충우돌의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20대 후반에 입사한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었지만, 또한 동시에 나의 본연의 모습을 잃고 사회적으로 ‘적합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책은 서른에 대한 고찰이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갖고 있는 아픈 과거와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하면서, 각 장의 끝마다 따뜻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당신을 이렇게 글로서 안아드립니다.” - p37
출처: Unsplash

 저자는 어릴 적 아픈 과거를 겪은 후 그 상처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어머니가 불현듯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것도 저자가 고등학교 1학년, 열일곱의 나이였을 때다. 그때 저자의 시간은 멈췄다. 책의 부제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라고 한 이유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순전히 혼자만의 믿음이었다. 내면의 불안한 자아와 외면의 괜찮은 자아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닌,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성격, 표정, 말투가 갖추어졌다.” - p25


 나도 마찬가지였다. 난 그것을 사회성을 키워가는,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포커페이스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의 꾸며진 내 모습은 완벽한 자존심이었음을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 p26


 저자는 어릴 적의 상처를 마음속 깊이 감추고 살면서, 겉으로는 오히려 더 밝은 표정으로 사회생활을 했다. 그녀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주변의 사람들은 호감을 느끼고 가깝게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과 고독과 싸움을 해야 했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리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출처: Unsplash

 어쩌면 요새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것 같다. 겉으로 멋있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SNS에 널리 알리고, 주변에도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 사진에 보이는 밝은 모습과 내면이 꼭 일치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마치 “나는 행복해”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 한 구석의 허무함과 외로움은 점점 자라게 되어있다.


 “나는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 p27 


 저자는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갑옷을 입혔지만, 결국 어느 순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열일곱 살에 멈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상처 받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위로해야 했다. 그야말로 성장을 멈춘 마음이었다. 


 “마음은 육체와 같지 않아서 한번 상처가 나면 아물기 쉽지 않고, 상처가 난 그대로 방치한다면 마음은 성장하지 못하고 그 시간에 멈춰있게 된다.” - p56


 어느 순간 저자는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10년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상담도 받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엄마를 마음에서 놓아 보내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기로 결심했다. 물론 완벽하게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상처를 안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일 수밖에 없다. 


 “엄마를 하늘의 곁으로 놓아주었던 스물여덟 살. 이제는 엄마의 딸이 아닌, 오롯이 나의 삶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 p63


 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서 무작정 달리는 것이 과연 어른의 삶인가? 마음의 상처를 감추거나 무시한 채 살아가는 ‘어른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우리 삶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과거를 안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후회하고, 가슴 아파할수록 나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를 계속해서 반복할 뿐이다. 


 이제 겨우 서른이고, 마흔이고, 쉰이고, 예순이다.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있고, 우리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의 인생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나이는 ‘과정’ 일뿐이다. 문득 저자의 말과 생각이 문득 나와 일치함을 느꼈다. 


 “서른은 무엇인가를 완성했어야만 하는 시기가 아닌, 나의 긴 인생을 완성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 p73


 앞으로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 나와서 많은 상처를 받겠지만, 부디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했으면 한다. 머나먼 인생의 여행과 항해를 떠나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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