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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08. 2021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 중 약 25%가 정신질환을 앓는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p196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에서도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라고 했다.” - p75
“전 세계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개인이 평생 한 번이라고 걸릴 비율)은 1%라는 통계가 있다.(중략) 우리나라의 경우 약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200만 명이 넘은 국민들이 조현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 p74 


 정신질환은 우울함, 외로움, 불안, 불면 등을 일컫는다. 코로나 19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다. 고립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하면 우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우울감이 생기는 사람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방의 눈치를 많이 보고,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치열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 도태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병이 생겨도 이를 드러내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고, 언론에서도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크게 보도하면서, 더 거부감을 갖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보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 다른 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의 저자는 고2 때 갑자기 찾아온 정신병을 갖게 된 아들의 아버지다. 


 아이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환청과 환시 때문에 학교를 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는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쉬게 놔두었다. 아이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증상은 더 심해졌고, 결국 병원을 찾아서 그것이 조현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 동안을 벌떼처럼 따라다니던 피해망상과 불안 속에서 지냈다. 아이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헛것들과 헛것이 아닌 것들과의 틈 속에서 시들어 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뒤섞임은 일상이 되었다.” - p14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죽고 싶다고 소리를 치거나 공포감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속이 타고 아프겠는가? 병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도 스스로 자책하고 우울감에 시달렸다. 조금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갔으면. 혹시 나에게 나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좀 더 씩씩하게 키웠더라면.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일까. 수많은 후회와 ‘~라면’을 되뇌어보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당사자도 힘들지만 가족의 고통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주변에 알릴 수도 없다. 가까운 친지에게도 숨기고, 온전히 가족이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오픈 다이얼로그’라는 치유 방식을 사용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 주민들까지 환자와 함께 아픔에 대해서 토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환자도 자신의 정신질환을 일종의 ‘감기’처럼 여기고, 보다 편한 마음으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병자’, ‘장애자’라고 부르지 않고, ‘챌린징 퍼슨’이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환자는 그로 인하여 자신이 사회 속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정신의 혼란과 아픔을 가기만이 아닌 누구나 잠시 걸릴 수 있는 감기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 p62 


 그만큼 정신질환은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들을 격리하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조현병 환자 중 약물 복용으로 호전되는 비율이 10명 중 7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언론들은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앞을 다투어 조현병에 대해서 언급한다. 정신병원이나 정신건강시설이 들어서려고 하면 주민들은 절대 반대를 외치면 시위를 한다.” - p156 


 조현병 환자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단지, 사람으로 대접받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이들이 조금 느리고 어눌하더라도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도 필요하다. 우리가 수많은 난민이나 암 환자, 빈곤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끼는 것처럼 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미친 무엇’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감기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 


 다행히 꾸준히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아이는 점차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보디빌더 대회에도 나가고, 생활 체육 지도사 2급 자격 과정도 수료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 더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영영 날지 못할 것 같았던 새가 날갯짓을 하며 창공을 향해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p89


 그 후로 가족은 무려 20년간의 피 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면서 살아왔다. 지금 저자는 이들과 가족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이 보다 나은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작가님은〈정신건강가족학교〉를 만들어서 질병의 치료와 회복, 사회적 역할 찾기 등에 대해서 세미나를 열고, 가족들과 함께 토의하고 학습을 하고 있다. 


 “진정한 동참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이라는 말을 기억한다. 공감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나를 확장해서 당신과 같이한다는 의미다.” - p145 


 이 책을 계기로 조현병에 대한 바른 인식, 그리고 가족들이 겪은 수많은 고통과 인내의 세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과연 ‘이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또한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들을 환자가 아니라 같은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공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치열한 사회를 살면서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 치열한 전투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어쨌든 두 땅에 발을 딛고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패배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면서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나와 내 가족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조금만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나도 조현병 환자를 만난다면 여전히 당황할 것 같다. 어떻게 이들을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감기와 같이 스쳐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내하고 기다리고, 바라보면 된다. 


- 한 줄 요약 : 조현병에 대한 바른 인식과 사회적, 개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다.  
- 생각과 실행 : 우리는 어느 정도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 슬프거나 외롭고, 고독감을 느낀다. 조현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이들도 평범한 삶을 원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 이 서평은 내꿈소생 카페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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