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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pr 29. 2021

마르쿠스 가브리엘《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철학자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인류의 근원적인 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하고, 앞으로 닥칠 치명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더군다나 시대는 갈수록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사람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판단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 표상의 위기와 같은 다섯 가지 위기를 제기했다. 


 가치의 위기는 ‘비인간화’, 민주주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이해에 대한 부족’, 자본주의의 위기는 ‘통계적인 세계관의 위험성’, 테크놀로지의 위기는 ‘자연주의와 인공지능의 한계와 환상’, 표상의 위기는 ‘이미지의 허상’을 말한다.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지만, 이 철학자는 다양한 비유를 들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이다.” - p54

출처: Unsplash


 프랑스혁명(1789년~1799년)과 미국 독립혁명(1775년~1783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다. 이를 저자는 모더니티(근대성)라고 한다. 이를 통해서 인류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자연 파괴, 원자 폭탄, 인구 과잉, 기후 변화 등으로 자멸과 다름없는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결국 현대 전쟁도 ‘과학의 발전’으로 더 심각해졌고, 파괴력이 커졌다. 단추 하나면 무인기로 언제든지 하나의 마을이나 도시를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시대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도덕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허상이 이를 방해한다.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에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문제는 정보의 ‘질’이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넘친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정보 전달에 새로운 매체로 선두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와 억측으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가끔씩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정보의 허상을 인지하고, ‘옳은 것이 무엇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킨다는 이유로 군비 경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무역 전쟁은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 하는 물음이다. 누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p53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리는 글 때문에 나라는 분열되었고, 사람들 간에 갈등은 더 심해졌다. 설마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겠냐는 믿음, 아니면 그가 말한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여기는 불신으로 양분되었다. 이러한 수많은 정보 사이에 우리의 판단력은 흐려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서, 탈진실(post-truth), 포스트팩트(post-fact),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러한 말들은 ‘진실’을 부정하는 ‘거짓’ 일뿐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신실재론(New Realism)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실재론은 보편적인 도덕 가치관에 따라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수많은 상대주의가 판을 치면서 본질을 외면하고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저자가 첫 번째 위기로 언급한 ‘가치의 위기’, 바로 ‘비인간화’다. 대표적인 예는 인종차별이다. 나는 옳고, 남은 다르다는 식의 접근이다. 




 저자는 독일인이다. 유태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배웠고, 당시 왜 그런 일이 일어난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유태인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무슬림의 테러가 2000년 이후 심해지고, 2005년 런던 테러를 경험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제어하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소셜미디어나 뉴스는 이러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더 심어주고 있다. 


 “예로부터 존재해온 신문, 잡지 등의 미디어든, 아니면 소셜미디어든, 리얼리티를 현저히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 아무도 진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신실재론이다.” - p25 


 신실재론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의 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목숨은 소중하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을 죽이는 것은 타인의 존엄은 ‘제로’라는 것이고, 그것은 나의 존엄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드론 폭격기를 이용해서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있다. 이른바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이지만, ‘오폭’으로 민간인들이 죽는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만, 세계 반대편의 사람들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미 무슬림은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심어졌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모두 사람을 죽인다는 식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명백한 오류가 오늘날 문명을 움직이는 구동력이 되고 있다.” - p75


 2차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이 된 1차 세계대전도 결국 열강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무리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비인간화의 결말이다. 

출처: Unsplash




 저자는 ‘선’과 ‘악’을 나누는 것도 인간성을 빼앗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본래 선악이라는 것은 없고, 단지 인간일 뿐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가 이야기하는 도덕적인 가치라는 것은 있지만, 그중에서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면, 상대적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어른에게 존대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존대어의 개념이 없고 이름을 부른다. 그것을 ‘버릇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도 요새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 과연 소위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성공한 사람은 정말로 성공한 것일까? 그들이 남긴 외형적인 업적은 그렇더라도 인격적인 면은 어떨까?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성공한 사람들을 무조건 숭배한다. 그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들도 다 인간일 뿐이다. 


 “상대를 신격화하는 것도 인간성을 빼앗는 행위다.” - p77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세계사의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보호주의, EU의 와해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19세기 말에 불어 닥친 불황을 독일의 비스마르크 철혈 재상이 극복한 것처럼, 자유무역주의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의 국가를 우선시하는 ‘국민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도 그렇다.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가 되었고, 이를 위해서 인류는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 다행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도덕적 기업’이 더 많이 출현할 때다. 


 테크놀로지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자연과학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게 되었다. 자연과학에는 윤리가 없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연 윤리 의식을 갖고 발명과 발견을 하였을까? 자동차나 비행기를 발명하면서, 빨라지고 편해지는 것만 생각했지, 그것이 야기할 부작용(환경오염 등)에 대해서는 과연 생각했을까? 공장 자동화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면, 기업의 이윤은 올라가지만, 해고된 사람들의 앞날은 생각했을까?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거대한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상이나 다른 없는 노동(사진, 동영상 업로드)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도 무상으로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단지 편리함을 만들어준다는 미명 하에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만들 핑크빛 미래에 열광하면서,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핑크빛 미래를 만드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할리우드다. 사람들은 이미지의 허상에 속고, 그것이 진짜 미래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정말로 뛰어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단지 과학자들의 희망사항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마지막으로 저자가 언급한 ‘표상의 위기’다.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에 속고 살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의미에서의 유럽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의해 식민지화됐다고 볼 수 있다.” - p17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다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은 기계를 돕는 일(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엔지니어)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세상을 편하게 해서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준다고 약속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인터넷이나 넷플릭스로 남는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중에서도 깨어있는 사람들도 있기는 마련이다. 


 이쯤에서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지도자와 석학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제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저자가 제안한 바와 같이 아이들에게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르치면서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윤리학자의 역할이 더 중요한 때가 되었다. 회사에서 CEO에게 윤리적인 관점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단순히 매출과 기술 차별화만 이야기하는 직원들만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세계적으로 같이 행해져야 한다. 비록 많은 국가들이 다시 200년 전으로 회기 해서 19세기의 ‘국민국가’로 돌아가서, 자국의 이익만 우선하고 있지만 말이다. 거국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다. 


지난 200년간 잘못된 길을 걸어온 인류에게 있어서 ‘도덕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도 저자의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 물론 기술의 발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허상'이 아닌 '본질'을 바라봐야 할 때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 한 줄 요약 :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누가, 무엇이 옳은지 도덕적 질문을 먼저 던질 때다.  

- 생각과 실행 : 이대로 인류가 각국의 이익 우선주의로 나간다면, 인류에게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인류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과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인간의 역할’을 논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도덕 교육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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