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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03. 2021

사소한 매너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세 번째 이야기)

헬멧을 쓰지 않는 아이들

요새 날씨가 좋아지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자전거로 씽씽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없이 좋다.


자전거의 기종도 아주 다양해졌고, 탐나는 자전거도 많다.

나도 40만 원의 거금을 들였고, 아이들도 각각 30만 원씩, 세 명의 남자가 무려 100만 원을 쓰면서 1년 전에 자전거를 구입했다.


나의 자전거는 나만의 사랑스러운 '애마'다. 신나게 개천가와 공원에서 달리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멋진 자전거를 뽐내며 동네를 누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자전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치 아름다운 스포츠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선수용 사이클과 같이 손잡이가 아래 달려있는 자전거였다. 확실히 뭔가 있어 보였다.

예전에는 자전거 경주 선수나 동호회에서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는 분들이 타고 다녔지만, 이제는 이런 자전거가 종종 눈에 띈다.


심지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학생들도 이런 사이클과 같은 자전거를 너무나 편하고 쉽게 타고 다닌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자전거가 아니다.


오늘의 사소한 매너 이야기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바로 안전에 대한 문제다. 


아이들이 유난히 많은 이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다.

바람을 가르며, 머릿결을 휘날리는 모습은 멋있어 보이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안전 교육을 많이 받았다. 헬멧은 무조건 써야 한다.

아이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게 반복하는 말이 있다.

마스크 했니? 헬멧 썼니?


동네에서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밖에 없을 정도다. 그나마 최근에 아이들 친구도 설득당해서 헬멧을 쓰기 시작했다.


요새 자전거와 자동차의 접촉 사고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헬멧을 쓰고 있었다면?


물론 헬멧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머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가 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13세 미만 어린이는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 - 서울특별시, 교통사고 사례로 알아보는 <교통안전 수칙 8> 중에서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 헬멧을 써야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헬멧을 쓰지 않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의 부모님들은 전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가?


아이들이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할 때는 기쁜 마음이 든다. 처음 아이들이 두 발 자전거를 탔을 때는 동영상으로 기록했을 정도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후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안전 교육을 시켰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처음에는 늘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면서 점차 안전 교육을 잊게 된다.


비록 사고가 날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요새는 배달 오토바이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고, 횡단보도에서는 우회전이나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늘 있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안전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어떨까?

아무래도 안전에 대한 둔감증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차를 운전할 때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려서 벨트를 맬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아무런 경고음이 없다.



성인들도 당연히 헬멧을 써야 하지만, 아이들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헬멧을 써야 한다.


그것은 아주 기본적인 매너다. 나 자신을 위한 매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머릿결을 휘날리면서,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에 대한 '매너'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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