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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y 21. 2021

사소한 매너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네 번째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를 읽고

 아침에 아이 가방을 챙기다가 우연히 도덕 교과서를 펼쳤다. 초등학교 5학년은 도덕 시간에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궁금했다. 교우 관계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고, 공감과 배려를 강조한다. 


 문득 ‘정직한 나의 생활’이라는 표를 보게 되었다. 총 6가지 항목이고, 실천 정도를 ‘잘함’, ‘보통’, ‘노력이 필요함’으로 체크해야 한다. 거기에 맞춰서 나도 한 번 체크해 봤다. 


 첫째, 내가 실수한 것을 스스로 인정합니다. (보통) 

 둘째,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보통) 

 셋째,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보통)

 넷째, 다른 사람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잘함) 

 다섯째, 보는 사람이 없어도 규칙을 잘 지킵니다. (보통) 

 여섯째, 보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냅니다. (보통) 


 ‘잘함’은 딱 한 개 있었다. 


 먼저 첫 번째를 살펴보자. 내가 실수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는 강조한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자존심’이 이를 방해한다. 왠지 나의 실수를 인정하면 체면이 깎이고, 약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실수를 인정하는 하는 사람은 ‘용기’가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나 자신과의 약속은 되도록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못 지킬 때도 많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유혹받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매일 1시간 독서, 운동, 어학 공부 등을 한해 목표로 삼았는데, 나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 드라마, 영화가 독서와 공부를 방해하고, 맛있는 치킨과 (과도한) 맥주가 건강에 걸림돌이 된다. 


 오히려 남과의 약속은 일단 ‘체면’과 ‘명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지만, 나와의 약속에는 자신에게 보다 관대하기 쉽다. 


 세 번째의 ‘거짓말 안 하기’는 더욱 지키기 힘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심지어 회사도 고객에게 거짓말을 할 때가 있고, 대중을 속일 때도 있다. 회사의 비밀을 지키고,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회사가 어려운 환경에 있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든지 “걱정 안 해도 됩니다”라고 회사의 고객이나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경우다. 이미 위기는 코앞에 닥쳤는데도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거짓말’에 대해서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된다. 적어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하얀 거짓말’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 술을 마시고 와서 야근을 했다고 하고, 친구들에게 잘 사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SNS에 멋진 사진만 올린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출처: Unsplash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의 ‘규칙’과 ‘성실’은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규칙을 무시하면서 수많은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대충대충 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요새 부쩍 늘어난 교통사고 뉴스를 보면 더욱 그러한 사실을 느낀다. 


 어떤 운전자는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스마트폰에 시선이 팔려서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다. 또 어떤 보행자는 횡단보도 신호를 지키지 않아서 사고를 당한다. 요새는 아파트 단지 내에 ‘배달의 기수’들이 질주하고 있어서 늘 노심초사하다. 단지 내에도 제한 속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배달하시는 분들의 노고와 어려움은 이해가 되지만,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어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단지 내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헬멧을 안 쓰는 것은 기본이고,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도 있다. 실제로 종종 사고도 발생한다. 


 몇 년 전에 이러한 이유로 한 학생이 자전거로 우리 차의 앞문을 들이받은 적이 있다. 마침 와이프가 차문을 열려고 하는데, 앞에서 오는 학생은 앞을 보지 않고 그대로 차문을 박았다. 다행히 학생과 와이프는 무사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장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앞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역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지각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의 자전거에 치여서 쓰러진 적도 있다. 학생은 너무나 놀라서 바로 사과했지만, 그 아이의 부모는 사과의 한 마디, 성의 표시 한 번 없었다. 


 이는 도덕교과서의 첫 번째에서 다룬 “내가 실수한 것을 인정하기‘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내가 잘못한 것을 먼저 인정하면 손해를 본다는 암묵적인 관행이 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일단 큰 소리부터 쳐야 한다고 배운 것 같다. 물론 요새는 많이 변했다. 


 학생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안전 교육을 제대로 안 시킨 어른의 잘못이 더 크다. 우선 어른들도 안전에 대해서 소홀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쓰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헬멧을 쓰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헬멧을 쓰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의 ‘정직한 나의 생활’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은 가볍게 읽고 넘어가겠지만, 살면서 이 여섯 가지 항목이 정말 중요한 기본임을 느끼게 된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라도 꾸준히 잘 지킬 수만 있어도 세상은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너무 건전한 결론이지만, 결국 좋은 말은 달지 않고 입에 쓰다. 오히려 좀 거북한 느낌도 든다. 반항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도대체, 왜 나만 이런 것을 지켜야 해”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미건조하면서 쓴 것이 좋은 교훈이다. 씹을수록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결국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정직한 나의 생활’의 표를 보면서, 과연 나의 점수는 어느 정도 되는지 한 번 따져보면 어떨까? 


 “백 권의 책에 쓰인 말보다 한 가지 성실한 마음이 더 크게 사람을 움직인다.” - 벤자민 프랭클린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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