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소중함을 알 때, 바뀌는 것들
4월 관리비가 나왔다. 30만 원 이하다. 30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전월 대비 17.6% 감소했다. 바로 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일단 온수비가 2만 원 줄었고, 수도가 4,000원, 그리고 무엇보다 전기비가 무려(?) 7,240원이 줄었다.
그동안 온수비 지출을 늘렸던 주범은 주로 아이들이었다. 아무래도 날이 쌀쌀하다 보니 따뜻한 물로 장시간 목욕을 했다. 목욕을 빨리 끝내라는 협박과 회유, 그리고 잔소리 덕분인지, 아니면 요새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온수를 전보다 줄여서 많은 덕을 봤다. 덕분에 수도비도 줄었다.
사실 아이들은 컨트롤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중점을 둔 변수는 전기비였다. 전기비는 얼마든지 노력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선 빈방에 홀로 켜져 있는 형광등을 발견하는 즉시 껐다. 물론 자주 켜고 끄는 것이 오히려 효율에 안 좋지만, 장시간 동안 불이 켜있는 방을 발견하면 바로 등을 끄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콘센트였다. 그동안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등을 사용하고 나면 여전히 멀티탭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을 다하면 멀티탭의 전원을 내린다. 꼭 사용하는 전기기기에만 멀티탭의 콘센트에 불이 들어와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전기요금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는 많다. 공기가 안 좋을 때, 하루 종일 켜야 하는 공기청정기도 그렇고, 아이들이 자주 문을 여는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오면, 에어컨과 선풍기도 켜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마음가짐’이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자린고비 같은 사람이 되었지?’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는 관리비가 얼마가 나오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집안 살림을 하면서,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의 지출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한 마디로 ‘쪼잔한’ 남자가 된 것이다.
와이프가 조금만 더 싼 물건을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던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작은 것에 얽매일까? 더 벌면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이 대범해야지, 그렇게 소심해서 되겠어? 등등 나름대로 돈에 대한 논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돈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돈을 하찮게 여긴다면 돈은 쉽게 빠져나간다. 마치 모래알처럼 나의 손에서 그냥 흘러나간다.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더 크다면 당연히 곳간이 빌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남에게 쌀을 빌려서 곳간을 채워야 한다. 그것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신 곳간의 쌀을 아끼고, 알차게 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자의 습관’인 것이다.
회사의 투자자 상대 부서인 IR팀(Investor Relations)에서 근무할 때다. 전 세계의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중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수성가한 부부를 알게 되었다. 이들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고가의 미술작품들이 사무실 벽 여기저기 걸려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자가용 비행기도 갖고 있는 부자다. 적어도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듣기로는 엄청난 자린고비라고 했다. 특히 와이프는 ‘똑순이’ 그 자체였다. 콘퍼런스 회의 중에 준비된 다과 중에서 맛있는 쿠키가 있으면, 휴지에 그것을 쌓아서 가져갈 정도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왠지 창피해서 그런 것을 하기 힘들 텐데, 이분은 너무나 당연한 듯 쿠키를 소중하게 쌓아서 값비싼 핸드백에 넣었다. 쿠키 상점 수십 개는 그냥 쉽게 인수할 정도의 부자였지만, ‘돈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전기비를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무심코 쓰는 돈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가계부를 쓰면서, 내가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이 대략 20만 원 ~ 30만 원 수준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중에서 50%는 주로 식대였다. 식대 중에서 주로 술(맥주)과 군것질 거리가 많음을 발견했다.
이렇게 인지를 하니, 어떻게 그 비용을 줄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술은 줄였고, 군것질 거리도 되도록 집안에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요새는 아이들에게 음료수보다는 과일 주스를 해준다(물론 첫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은 일을 하면, 상으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이렇게 관리를 하니, 나의 건강도 아이의 건강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돈의 지출을 줄이면서, 역설적으로 건강을 찾았다.
마음의 자세는 행동을 바꾼다. 돈에 대한 사소한 습관은 결국 돈을 모으게 한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돈을 긁어모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쓸 때와 안 쓸 때를 구분하라는 것이다. 무심코 돈을 흘려보내는 습관도 없애야 한다. 돈을 소중히 여겨야 돈이 들어온다.
그런 의미에서 7,240원의 전기비를 줄인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돈의 소중함을 알았고, 절약의 습관이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이 결국 돈을 모으게 한다. 먼저 나가는 돈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의 규모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인지해야 바꿀 수 있다.
글 쓰는 동안 주방을 바라보니 불이 켜있다. 바로 스위치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