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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n 27. 2021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

거짓 관용의 기술

 “베풀수록 커지는 즐거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이 아름다운 ‘마술’은 빌 게이츠의 고상한 직업이자 슈퍼리치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자선 자본주의’의 과학이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가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이혼을 한 후에 다양한 루머에 휩싸였다. 그동안 완벽해 보였던 그의 이미지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이슈는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라서 그가 이룬 업적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리오넬 아스트뤽은 그의 업적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빌 게이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바로 ‘기술의 독점’을 들었다. 이는 이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했던 컴퓨터 운영체계뿐만 아니라, 백신, 종자와 같은 의료, 농업 기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들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통해서,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종자에 대한 특허권은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좋은 농작물이라도 농부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종자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도, 관개시설도 전부 돈이 드는 방법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종자 체계에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 p87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는 여러 기관에서도 하이브리드 품종의 재배를 적극 권한다. 그런데 이 종자는 소규모 농가에서 사용하기엔 대개 값이 너무 비싼 데다, 심지어 농부들은 해마다 돈을 주고 사야 한다.” - p88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그의 의도는 순수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도 많이 있다. 


 책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저자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비난이 금기시된 성역에 대해서 자신이 취재한 사실을 근거로 이슈를 제기한다. 여기에서 ‘암묵적으로 비난이 금기시’된 이유는 게이츠 재단의 막대한 기부금액 때문이다. 게이츠 재단의 기부액은 435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의 자선 재단으로 100여 개의 대학, NGO, 언론기관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WHO에서조차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에 대한 비판으로 자금줄이 끊기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말을 조심하는 것이다. 슈퍼리치의 기부는 우리에게 득과 실을 함께 안겨 준 셈이다. 


 “기부 러시는 교육정책 및 세계 농업, 보건 분야에서 억만장자들이 전대미문의 권력을 위두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전 세계 부의 절반(48퍼센트) 가량을 소유한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은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구조를 더욱 고착시킬 수 있게 되었다.” - p32 


 그가 2000년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우면서, 사업가에서 자선가로 변한 것은 놀라웠다. 물론 9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 팔기와 같은 반독점 위반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을 만회하려는 노력으로도 보였다. 어쨌든 누구보다 냉철했던 엔지니어 사업가가 이제는 세상에서 마음씨 제일 좋은 기부천사가 된 것이다. 그는 20년 동안 350억 달러의 기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기부 액수는 놀랍고, 앞으로 그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인 95%를 기부한다는 것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그의 다른 모습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게이츠 제단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게이츠의 기술만능주의다. 아프리카의 정치, 사회적 근본 이슈는 애써 외면한 채 이들의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한 ‘기술’ 개발에만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는 사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해법보다 기술적인 대안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게이츠 재단 활동의 핵심도 바로 (이러한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 p56


 이러한 상황에서 득을 보는 업체는 기술을 가진 ‘대기업’이다. 또한 그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정권을 잡은 독재자 멜레스 제나위의 탄압 정책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게이츠는 이를 에티오피아의 손실이라고 했다. 결국 국민들의 자유나 권리보다는 기술을 통한 국가의 발전을 더 우선시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정치 당시 국민의 권리보다는 나라의 발전을 더 중요시한 풍조와 마찬가지다. 당시 미국도 북한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독재정부를 지지했지만 말이다. 


 둘째, 영리성 자선사업이다. 이를 신조어로 ‘자선 자본주의’라고 한다. 즉, 기부를 통해서 오히려 더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말한다. 


 문제는 게이츠 재단의 불투명성이다. 표면적으로는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등 보건뿐만 아니라, 교육과 농업 발전을 위해서 기부를 하고 있다. 이는 재단이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배당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재단이 투자하는 회사는 재단의 비전과 미션과는 다소 거리가 먼 업체들이다. 방위산업체, 정유업체, 패스트푸드 체인, 유전자 변형 식품 기업 등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독점이다.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면서, 하이브리종의 강제 확산을 추진하고, 생태농업을 외면한다. 각 나라, 지역마다 다른 농업 특색을 외면하고 농업 방식을 일원화하겠다는 야심이다. 그러면서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내고, 제품에 대한 독식을 추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처럼 지배적 지위를 누릴 수 있던 것은 빌 게이츠가 끈질기게 지켜온 특허권 덕분이다. 심지어 빌 게이츠는 종자나 의약품 등 컴퓨터 이외의 부문에서도 집요하게 특허권을 수호해왔다.” - p68 


 그의 특허권 확보에서 영감을 받은 제약 회사 및 농식품 회사는 ‘생물 해적 행위’를 벌인다. 식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해당 자원에 대한 ‘특허’를 내서 권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물자원이 채취된 나라에는 따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원 약탈로 아프리카의 연간 손실액은 15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게이츠 재단이 지원하는 금액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결국, 다국적 기업에서 생물 채취에 대해서 제대로 대가를 지불해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사기꾼이 아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부인과 함께 아프리카와 다른 국가를 위해서 많은 자선활동과 노력을 기울인다. 그 자세는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 


 그의 이러한 활동이 분명히 전 세계의 빈곤과 질병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자 조작의 농작물로 인한 생물의 다양성 파괴, 기부 재단의 거대한 자본으로 인한 막대한 권력, 그 권력으로 인한 건전한 비판의 상실과 편향된 의사결정, 특허권으로 인한 농작물, 백신의 가격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그의 기부 활동에는 ‘두 얼굴’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자는 국가와 시민 단체의 보다 객관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 기부 단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있을 슈퍼리치의 자선 자본주의에 의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1.5퍼센트의 세금만 부과해도 모든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부자 한 사람의 자비에 기대지 않은 채 각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닐까?” - p124


 이 책은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기부의 편향에 다른 권력, 자선 자본주의의 문제점 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권력'이 편중되면, 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 한 줄 요약 : 게이츠 재단의 자선 활동에 대한 ‘두 얼굴’을 보여주는 책이다. 
- 생각과 실행 : ‘기술’은 중요하다.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인류의 공익을 위해서, 기술에 대한 특허보다는 이를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단순히 기부 금액을 늘리는 것보다 이 방법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곤 국가의 자생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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