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책들

by 나단 Nathan 조형권

화려하게 서점을 장식한 책들. 그곳에 나의 책도 한 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작가님들, 출판 관계자 분들)가 애써 외면하는 것이 있습니다. 팔리지 않아서 사라지는 책들입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인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책들은 어디에 보관될까요? 바로 창고에 보관됩니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배본사에서 이를 대행합니다. 주로 파주에 위치해 있고, 이 업체가 물류 업무를 대신해주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서 2,000부를 보관하기 위해서 적어도 매월 4만 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1년이면 50만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배송비, 반품비, 박스 비용이 제외되어 있습니다.

출판사의 경우 만약 2만 부, 20만 부 정도를 보관하려면 500, 5,000만 원정도의 물류비용이 매년 발생합니다. 그나마 책이 팔려서 매출을 일으키면 이러한 비용이 상쇄되겠지만요. 적어도 보관비용만 뽑으려면, 매년 30권 이상(책당 15,000원 기준)은 팔려야 합니다. 만약 이 정도가 안 된다면, 출판사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책들은 폐기하게 됩니다.




일본 드라마《중쇄를 찍자》와 한국 드라마《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공교롭게도 책을 ‘폐기’하는 장면이 모두 등장합니다. 이때가 출판사의 사장, 편집자에게는 가장 우울한 날입니다. 마치 힘들게 키운 자식과 같은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 날과 같으니까요. 심지어 어떤 출판사 관계자 분은 폐기를 하는 책에 빨간 페인트를 칠하고,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만큼 책을 낸다는 화려한 이면에는 이러한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중쇄를 찍자》의 출판사 사장은 오죽하면 자신의 모든 ‘운’을 중쇄를 찍는데 쓰고 싶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만약 운을 모을 수 있다면 난 일에서 이기고 싶다. 모든 운을 책을 잘 팔리는 데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난 계속 운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쇄를 찍자》


그만큼 출간을 하는 데 있어서 출판사 사장, 편집자, 마케터 등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출판사뿐만 아니라 딸린 식구들, 그리고 관련 업체들과 생사영욕을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책이 잘 팔려야 인쇄소도 잘 되고, 물류업체도 잘 되고, 서점 직원도 행복하게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내 책만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작가의 마음은 오히려 편한 편입니다. 물론 책이 안 팔리고, 인세가 안 들어오면 속이 타지만요. 책을 괜히 썼다는 생각, 나의 책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출판사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부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면 됩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책 한 권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기 위함입니다. 작가는 책을 쓰고 나서 그 책이 잘 팔리기를 기도하고, 잘 안 되면 실망하고, 다음 책을 고민하고 또는 절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나 관련 업계 분들은 생사를 걸고 책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작가의 책이 안 팔릴 때를 대비해서, 다른 책도 기획하고 거기에도 시간을 안배합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나의 책에 더 관심과 열정을 갖기를 바라겠지만, 그것도 출간 후 한 달이 지나고 나면 대략 결론이 납니다. 시장과 독자의 반응을 보면 대략 어느 정도 팔릴지, 이 책이 언제쯤 수명을 다할지 감이 올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전문용어로 이를 EOL(End Of Life) 주기라고 하죠.


물론 스테디셀러가 되어서 매년 50부~100부 정도 꾸준히 팔린다면 출판사에는 ‘효자 종목’입니다. 오죽하면 한 번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베스트셀러보다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낫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서 1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라면, 초기에는 매출과 이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다음 해에 갑자기 판매 절벽이 온다면 어떨까요? 편집부에서 다음 해에는 적어도 5,000부 이상은 판매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쇄를 했는데, 500부만 팔린 다면요? 차라리 첫 해에 2,000부, 다음 해에 1,000부 정도 수준으로 판매가 된다면 출판사에 큰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5,000부를 예상했는데, 500부만 팔리면 재고가 4,500부, 보관비용만 매년 2백만 원이 넘습니다. 최악의 경우 향후 4년간 안 팔리면 거의 천만 원의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는 눈물을 흘리며 폐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절판이 되는 것이죠. 작가에게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출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서, 책을 쓰거나 낼 때 한 번 더 생각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젠가 나의 책도 폐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러면 책을 쓰는 자세, 홍보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한 권이라도 더 팔아서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될 것입니다. 반짝이고 사라지는 베스트셀러 보다요.


따라서 이미 책을 출간한 지 한 달, 세 달, 1년이 지났더라도 책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출간을 했으니 나의 손을 떠났고, 책의 판매를 책임지는 것은 출판사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적어도 한 달에 3권, 일주일에 한 권이상은 팔려야 보관비 등 기타 비용이라도 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인세를 받고, ‘2쇄’를 찍는 것이 목표이지만, 최악의 경우 연간 50부는 팔릴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작가님들)도 “나무야 미안해”를 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래야겠죠.


alfons-morales-YLSwjSy7stw-unsplash.jp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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