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연대의 중요성

by 나단 Nathan 조형권

작가는 화려해 보이지만 외로운 존재입니다. 책으로 나올지, 말지 모를 원고를 붙들고 아침, 점심, 저녁, 밤, 끙끙 앓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가가 되기로 했지만 막상 작가의 길은 녹녹지 않습니다. 1년에 많아야 두 권의 책을 낼 수 있고(사실 1년에 한 권만 출간해도 대단한 것입니다. 잘해야 2년에 한 권 정도 봐야 합니다.), 만약 두 책이 모두 만 권씩 팔려서,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해도 연간으로는 3천만 원, 한 달 기준으로는 250만 원(2권 * 15,000원 * 10% 인세 기준)입니다.

배달 라이더가 요새 400만 원 수준(하루 8시간 이상 근무 시)을 번다고 하니, 그 정도에도 못 미칩니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인세를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강연, 칼럼이라는 것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강연을 하고 싶어도 어디에다가 자신을 알려야 할지 모르고, 칼럼을 쓰고 싶어도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처음에 책을 쓸 때는 잘 되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 나의 책을 읽고 즐거워하고 감동을 받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자존감을 올려주기 때문에 좋은 동기 부여가 됩니다.

하지만 인정을 받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큽니다.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 글을 쓰는데, 책을 쓰는데 더 큰 힘이 됩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기 싫더라도 쓰게 만듭니다. 나의 글과 책을 기다려주는 ‘독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선순환에 접어들면 그다음부터는 작가로서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어디에 가서도 작가라고 하면 알아보거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작가의 비중은 1% 미만일 것입니다(책을 한 권이라도 낸 작가 기준으로). 그렇더라도 그 전까지가 힘듭니다. 대부분 포기합니다.


그래서 작가 연대(連帶)가 필요합니다. 작가 모임을 통해서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좋은 자리가 있으면 소개해 줍니다. 그러한 모임이 있다면, 강연과 칼럼, 다음 책에 대한 홍보도 서로 해줄 수 있습니다.

앞서 작가가 외로운 존재라고 했지만 그것은 글을 쓸 때에 한해서입니다. 책을 내고 나면, 자신의 책을 알리고,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만약 이러한 무게와 부담감이 싫다면 애초부터 작가가 되기를 결심하면 안 됩니다. 나를 위해서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면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시죠.



“새로운 정보와 기회에 관한 한 현재의 강한 유대관계보다 약한 유대관계와 휴면 상태의 인맥이 훨씬 더 강력하다.”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책은 유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중에서 헤밍웨이, J.R.R 톨킨 등의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1921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파리에 첫발을 디딜 때, 그는 작가 모임을 소개받아서 그곳에서 제임스 조임스와 같은 작가뿐만 아니라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화가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멘토링과 협업이 자신의 글쓰기를 키웠다고 하고, 나중에 출판사를 찾는 것도 이러한 네트워크가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헤밍웨이와 가까운 친구가 아니고, 그의 친구가 소개해 준 ‘친구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결국 작가로서 대성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됩니다.


영국에서도 ‘잉클링스’라는 작가 모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이들은 작품의 아이디어와 영향, 조언 등을 서로 교류하면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는 힘을 마련했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작가들, 즉 C.S. 루이스, J.R.R 톨킨 등은 혼자 글을 썼지만, 서로 원고를 읽어주고, 최종 퇴고 컨설팅을 해줬습니다. 이 모임 덕분에 루이스는《나니아 연대기》,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출간했는데, 특히 루이스와 다른 작가들이 톨킨에게 대작이 된 《반지의 제왕》을 출간하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들의 설득이 없었다면 과연 톨킨이 책을 출간했을지, 우리가《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세상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과 같은 분야에 일하거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거나 만들라고 권유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미팅을 하라고 합니다.




작가 모임에서는 서로 다양한 어드바이스를 해줍니다. 우선 책 쓰기를 같이 잘하도록 격려를 합니다. 글쓰기 인증샷을 올려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다른 작가 분들에게 좋은 자극을 줍니다.

좋은 출판사, 나쁜 출판사도 같이 공유하고 ‘투고’ 및 ‘출간 제안서’에 대한 팁도 제공합니다. 비단 책뿐만 아니라 강연, 칼럼, 각종 공모전에 대한 정보도 공유합니다. 만약 작가 A가 칼럼에서 글을 쓰고 있다가 자신이 못 쓰게 된다면 누구를 추천할 것인가요? 아무도 모르는 작가일까요? 아니면 평소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일까요? 신문, 잡지사, 출판사도 이왕이면 작가 A가 추천한 작가를 신뢰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책을 내면 서로 소개해주고, 추천사나 서평도 써줍니다. 이렇게 서로 밀고 끌어주는 것이 바로 ‘작가 연대’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작가 연대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물론 작가 분들의 개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같이 뭉치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적어도 2~3명, 많게는 10명 정도의 작가 분들과 같이 힘을 주는 관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책 한 권은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내게 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책을 쓰고, 활동영역을 책 이외에 넓히려면 ‘인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고충을 이해하는 작가의 모임이 필요합니다.


물론 혼자서 고독을 즐기고, 다른 사람과의 모임이 어색하다면 계속 혼자 책을 쓰고 활동을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인정을 받고자 하는 확률을 높이려면 다른 작가 분들과의 모임을 추천합니다. 서로 동병상련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bao-truong-hYrnz92-bpY-unsplash.jpg 출처: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서지는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