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확인과 기록의 중요성

by 나단 Nathan 조형권

원고를 열심히 쓰고 나서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이제는 프로필도 쓰고, 전반적인 출간 일정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출처’입니다. 사실 원고를 쓰면서 인용했거나 각색하여 쓴 부분에 대해서 책, 신문, 인터넷, 드라마 등 출처를 찾고 기록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책을 펼쳤을 때, 마지막 부분에 출처가 정리된 것을 종종 봤을 것입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렇게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례를 쓸 때는 이왕이면 ‘원문’을 찾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원문을 인용한 책보다는 그 원문이 실린 책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원고를 다 쓰고, 수십 개의 인용과 각색한 출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엄청난 고역苦役이죠.

그래서 이왕이면 초고를 쓸 때, 내가 인용한 내용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별도로 기록을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서 공자의 격언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인용했더라도 《논어》해설서를 찾아서 어디 부분에서 인용했는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은 것과 해설서에 나온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오류 중에는 유명인들의 격언이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에 명언이라고 쓰인 것의 내용에 대해서 원문을 찾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유언으로 남겼다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주로 ‘부와 행복’에 대한 교훈입니다. 그가 평생 부를 추구하면서 인생을 보낸 후 ‘뒤틀린 사람’이라고 스스로 반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내용이 꽤 감동적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블로그나 글에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일 확실한 것은 그의 누이면서 소설가인 모나 심슨이 뉴욕타임스(2011년 10월 30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잡스는 가족에 둘러싸여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OH WOW, OH WOW, OH WOW”


(출처)

https://www.nytimes.com/2011/10/30/opinion/mona-simpsons-eulogy-for-steve-jobs.html


빌 게이츠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는 것도 유명한 인용구입니다. 하지만 전자는 상당히 의역을 거친 표현이고, 후자는 그가 이야기한 적이 없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책과 글에서 이 표현이 확대 재생산되었고, 아무도 의심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빌과 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의 기고문을 살펴보면 됩니다. 이 말을 언론에서 의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하버드 졸업장’은 정말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인용이기 때문에 이는 명백히 잘못된 출처입니다.


“Since I was a kid, Libraries 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my life”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은 내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 ‘빌과 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의 1997년 6월 23일 기고문 중에서

저도 글을 빨리 쓰기 위해서 인터넷을 종종 이용했습니다. 구글에 ‘나무 위키’나 ‘위키 대백과’를 검색하면 빠르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정보들의 수준도 꽤 올라가서 신뢰성이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원문을 찾아보시길 권유드립니다. 특히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사례들은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합니다. 이미 수백 번, 수천 번 잘못 인용된 것을 그대로 퍼서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전에 저도 ‘적벽대전~ ’이라는 책에서 잘못된 인용을 해서 독자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 칼럼을 읽고 그것을 인용하고 각색했는데, 막상 그 칼럼의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직접 읽은 책에서 내용을 발췌하는 것인데요. 이는 상당히 번거로울 수도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적어도 30~40권의 책을 참조하는데(사람마다 다르지만요), 이 책들을 모두 입수하는 것도 부담이 되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고전이나 오랫동안 읽을 만한 책은 구입합니다. 물론 기대보다 별로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깨끗하게 읽으면서 아니다 싶으면 중고서점에 판매합니다. 반품을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사기에는 조금 아깝다 싶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주요 내용을 ‘사례 파일’에 기록을 해둡니다. 주요 인용할만한 내용과 페이지수를 워드 파일에 남기면 됩니다.


책의 목차, 주제, 제목 등을 적고 본격적으로 한 꼭지씩 쓸 때, 사례는 중요합니다. 나의 생각과 의견으로 글을 끌고 갈 수 있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독자는 지루함을 느낍니다. 글쓰기의 가장 기본 원칙 중에 ‘OREO’(Opinion, Reason, Example, Opinion)이 있듯이 적절한 예시는 글의 ‘맛’을 살려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평소 사례를 별도로 기록하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를 ‘사례 독서’라고 합니다. 사례를 찾기 위한 독서인 셈이죠. 하지만 굳이 사례 독서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독서를 하면서 틈틈이 기록을 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기록이 귀찮다면 사진이라도 찍어서 모아두면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조금 불편합니다. 나중에 내가 원하는 문장이나 내용을 찾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결론적으로 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꼭지를 쓰면서 의견을 쓰고, 사례로 쓸 만한 내용을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서 기록하면 됩니다. 이왕이면 어느 정도 검증된 책이 나을 것이고, 인용한 후 출처를 평소에 기록해두면 나중에 출판사와 원고 관련 준비할 때 도움이 됩니다.


출처 표기는 독자에게 신뢰성을 줍니다. 만약 주제는 있는데 인용이나 각색할 만한 사례가 없다면, 일단 비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리하게 채워놓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출처를 확인하고, 미리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나중에 있을 문제나 사고(?) 또는 귀찮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출판사의 편집자에게 맡기면 안 된다. 온전히 작가의 몫이고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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