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넘기고 나면 출판사의 편집자께서 글을 좀 더 다듬기 위해서 윤문 작업을 합니다. 편집자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전문가에게 윤문 작업을 맡깁니다. 윤문은 글을 윤색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윤택하다 의 ‘윤(潤)’이 맞습니다.
즉 글을 반질반질하고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작가의 문장 실력이 아주 뛰어나서 손을 댈 것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많이 썼다고 해도 자신만의 습관이나 문체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한 것이 일반 독자가 읽기에 어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작가는 ‘나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던지 ‘~같다’, ‘물론’, ‘그리고’ 등 습관처럼 쓰는 표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습관을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윤문자의 역할입니다. 비단 문장을 다듬는 것뿐만 아니라 글의 문맥과 적절한 예시 등 전반적으로 글을 살펴보는 일도 합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작가, 편집자, 윤문자의 호흡입니다. 특히 편집자는 작가의 글을 읽고 나서 앞으로 나오게 될 ‘아웃풋 이미지’를 미리 머릿속으로 그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글을 어떻게 다듬고 배치하고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또한 출판 시장의 트렌드와 키워드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일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작가의 글을 편집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소통을 해야 하고, 윤문자와도 작업을 해야 합니다.
“원석을 찾고 이를 아름답게 다듬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라고 어느 편집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편집자는 수없이 많은 원고를 접하고, 거기에서 원석을 찾아서 이를 상품(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다 보니 책에 대한 감각이 작가보다는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책에 대한 감각이라는 것은 이 원석을 잘 다듬었을 때, 과연 시장에서 상품성이 있는 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물론 편집자와 출판사의 안목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타임지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권 소설 Top 100’에 포함된 조지 오웰의《동물 농장》,《1984》도 처음에 출간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스탈린의 독재 정치를 비판한 《동물 농장》은 민감한 당시 정치적 분위기에서 거의 모든 출판사의 거절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그의 전작을 출간했던 섹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의 결정으로 간신히 출간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초판 4500부가 매진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누적 판매량은 무려 1천만 부 이상이라고 합니다.
저는 첫 번째, 두 번째 책을 썼을 때 편집자, 윤문자께서 크게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두 번째 책의 편집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물론 다른 편집자 분이 봤다면 수정할 내용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책을 냈을 때는 편집자의 윤문자 분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제 글의 메시지를 잘 살리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을 잘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작가님들은 이러한 작업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글에 손을 대거나 수정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편집자 분과 활발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글을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바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만이 자신의 글을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이를 편집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고 더 낫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고, 편집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작가, 편집자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는 목표를 향해서 2인 3각으로 달리는 역할을 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편집자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작가와 편집자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입니다. 또한 그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독자는 작가, 그리고 두 번째 독자는 편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