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50이 되었습니다.

막상 되어보니 별것 없더라? 아니 별것 있더라.

by 나단 Nathan 조형권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한? 50이 되었습니다. 사실 기대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50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라는 책을 썼지만, 이제 정말로 절반에 이르렀습니다(100살을 산다는 가정 하에). 물론 ‘만’ 나이가 공식 나이가 되면서, 다시 49가 되니 안도의 마음도 들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50이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 묘한 긴장감을 저에게 줍니다. 20, 30, 40이 되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얼마 전에 ‘장례식을 다녀와서’라는 글을 썼지만, 나이가 들수록 결혼식장 보다는 장례식장을 전보다 더 많이 가게 됩니다. 물론 요새 비혼족이 늘어나서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많습니다. 며칠 전에도 아는 팀장님이 부친상을 당했다고 부고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나마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셔서 다행이겠지만(물론 그 속사정은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거나 불치병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잔치국수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글을 쓴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의외로 조회 수가 높아서 7천 분이상이 읽었습니다). 삶에서 소중한 것을 더 누리고 싶고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껴야 한다고 수많은 메시지를 듣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불만에 가득 찬 삶을 살기가 일쑤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글을 썼지만, 역시 순간순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인스타에 비친 멋진 삶(주로 해외에서 찍은), 예전 동료의 승승장구하는 모습 등.




그런데 전에는 그러한 생각에 꽤 오랫동안 함몰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 1~3초 정도 떠오르지만 다시 저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함을 느끼고자 합니다. 그건 제가 이전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질투’와 ‘부러움’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하루키 작가의 작품인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읽고, 감상문을 쓰기 위해서 하루키 작가의 이력을 다시 한번 검색해 봤습니다. 수영과 마라톤으로 단련되어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던 작가도 결국 세월의 흐름을 피해 갈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누구처럼 돈을 투자해서 젊어 보이려고 했다면 조금 더 젊어 보였겠지만, 하루키 작가는 그럴 분이 아니죠.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멋지게 들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50이 되었는데, 20대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하고요(물론 타고난 동안도 있으지만요).


50이 되어보니, 잔치국수도 소중하고, 꼬막도 소중하고, 관계도 더 소중합니다. 장례식을 다니면서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50이 되어보니, 삐걱이는 몸을 바라보게 됩니다. 무릎, 허리, 목, 어깨 등 고장 나는 곳이 늘어납니다. 황반 변성 조짐이 보여서 3년 이상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반평생?을 더 살아남기 위해서는 건강이 첫째이고,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더 인지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함을 느낍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유익하지 않은 관계는 정리하고, 서로에게 힘과 에너지를 주는 관계는 유지합니다(업무상 엮이는 관계는 어쩔 수 없지만요).



50이 되어보니, 30이 되었을 때, 40이 되었을 때 큰 차이는 못 느낍니다. 하지만 뭐 라고 할까,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좀 더 비장한 각오가 된다고 할까요?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하니 하늘의 뜻을 알고,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족적을 남기 위해서 더 생각을 하게 됩니다. 60이 되면 또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60이면 ‘환갑’ 잔치도 벌였지만,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은 그냥 60일뿐입니다. ‘그냥’이라는 말은 무시하는 의미는 아니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60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인생의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50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고 정착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더 새로운 것도 많이 시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춤도 추고, 최신 음악도 듣고(요새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도 즐겨 듣습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예전보다 신경 쓸 것은 훨씬 많습니다. 은퇴 후 계획,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리더로서의 무게감과 부담, 건강 문제 등.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젊은 시절이 좋았어요. 나이가 들수록 기쁜 일보다 슬프고 우울한 일이 많네요.”


사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경험이 늘어날수록 좋은 경험과 비례해서 나쁜 경험도 늘어납니다. 또한 이전에 기대하고 목표했던 바를 하나씩(내 차 장만, 내 집 마련, 해외여행, 결혼, 맛집 탐방 등) 이루고 나니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히려 자녀들이 속을 썩이거나,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이 점차 더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더 늘고, 제 머리칼은 백발이 되어가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좀 더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죽음이 점차 가까워질수록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처럼 50? 이 되신 분, 또는 앞으로 되실 분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50은 나에게, 40은, 30은, 20은, 또는 60, 70, 80은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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