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밥 먹을 때의 형, 아우 하던 자들은 천 명이나 되더니, 급하고 어려울 때의 친구는 한 명도 없네” - ‘채근담’ 중에서
술 마실 때 친구는 술 마실 때 친구일 뿐입니다. 내가 상대방을 술친구로 대하면 그 친구도 나를 그렇게 대할 것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친구를 위하고, 어려울 때 돕는다면 그런 친구도 자연히 생기겠죠.
이 문장은 겉으로만 사귀는, 가느다란 인간관계에 대한 비판이지만, 사실 그걸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형, 아우하고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요. 또한 비록 깊은 관계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저도 친구의 친구로 만나서, 수십 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수의 종적, 횡적 관계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와 뜻이 맞고 진심이 통하는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그런 친구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베풀고 도와줍니다. 하지만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기보다는 그냥 베풀어야겠죠. 물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Give & Take가 안 된다면 멀리해야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의리 없는 친구입니다. ‘채근담’에서 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작가님들이 책을 출간할 때, ‘현타’ (현실자각하는 타임)가 온다고 합니다. 주변에 가깝다고 생각한 지인이나 친구가 책 출간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을 때입니다. 반면 평소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분이 책을 구매하고 인증숏을 보내주면 그야말로 ‘은인’이 따로 없습니다. 특히 작가님들은 책 출간 후, 2주간 판매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홍보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때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분이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죠.
‘채근담‘에서 이렇게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고 한 것처럼 어떤 작가님은 분기마다 친구를 정리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매년 친구 리스트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작가님들은 책을 낼 때마다 관계가 정리가 되기는 합니다. 특히 인생의 절반을 살고 나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의리 없는 친구에게까지 쓸 에너지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술친구일지라도, 다른 취미 친구일지라도, 그 관계를 소중히 하면 어떨까요? 이 중에서 진심이 맞는 친구를 찾으면 되고요. 물론 의리 없는 친구는 피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