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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Dec 15. 2023

《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

최인아 책방 북토크 후기

지난 11/15 수요일 선릉역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에서 북토크를 했습니다. 북토크 주제는 저의 4번째 신간 《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이었습니다.


주말마다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독자 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했습니다. 사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쉽지 않아서 과연 많은 분들이 오셔서 들으실지 걱정도 됐습니다. 일단 지인 찬스를 써서 학교 친구들과 작가 분들에게 공지를 했습니다. 친구 몇 명이 등록했다고 해서 적어도 10명 내외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북토크 전날 백정민 매니저님과 확인해 보니 무려 45분이나 등록을 했다고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죽음’에 대한 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유노북스 출판사의 마케터인 김승혜 대리님도 오셔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할지도 걱정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행히 최인아 책방 뒤쪽에 순댓국 집이 있어서 따끈한 국물로 요기를 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최인아 대표님과도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재 반도체 시장과 IT 회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셨습니다. 또한 회사에 도서관이 별로 없다는 점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앞으로 저의 숙제).


“회의실에도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공동 대표이신 남편분도 인사를 드렸고, 열심히 의자를 옮기시고, 북토크를 준비해 주시는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내조라고 말이죠.


강연을 시작할 때 청중들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연령대가 젊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40대 혹은 50대 이상을 예상했는데, 20대, 30대 분들이 많았습니다. 학교 친구들도 5명 정도 왔고, 작가님들도 4분 정도 오셨습니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 가짐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목적’을 가져야 하고, 나만의 ‘가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평소 몸과 마음 건강을 잘 관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분들과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덕불고 필유린’이라는 자세로 덕을 쌓고요. 꾸준하게 이러한 나만의 삶의 습관을 유지한다면, 죽음 앞에서 그나마 덜 후회하고, 충실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는 것입니다.


공자께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습니다. 매일 학문을 정진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 삶은 충분한 가치가 있고, 만족스럽습니다.

전에 신유아 작가님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과나무를 심겠습니까?”


저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평소 추가하는 가치와 삶의 루틴이라면 말이죠.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의미가 있겠죠. 의미 있는 하루는 삶에 안정과 보람을 안겨줍니다. 나의 소임을 다하고 지구별을 떠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성찰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독서와 글쓰기는 필수입니다. 나의 생각을 읽고, 쏟아내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최고이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독서가 도움이 됩니다. 저는 기상해서 책을 읽고, 출근해서 업무 전에 간단히 독서를 하고, 점심시간에도, 저녁 시간에도 다른 책들을 읽습니다. 주말에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집안 정리를 하고, 좋은 인문학 강연을 들으면서 운전을 합니다. 식탁 위에도 당연히 책이 있습니다. 물론 매일 이렇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습관이 되었을 뿐입니다. 책을 읽거나 듣다가 피곤하면 유튜브 방송, 넷플릭스, 음악을 듣고는 합니다. 다만, 그것이 과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 많은 분들, 거의 90% 이상의 사람들은 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닙니다. 걷거나 식사하거나 심지어 누군가 대화를 할 때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합니다. SNS를 보거나, 뉴스를 보는 등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온전히 집중을 못합니다. 당연히 삶의 귀중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죠. 식사를 할 때 밥알의 느낌, 따뜻한 국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 등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그것이 저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에 둘러 쌓여있습니다. 남들의 눈치도 봐야 합니다. 좋은 아빠, 엄마, 아들, 딸, 친구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외부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을 잊을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를 자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매일 아침,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감사 일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세 가지씩 감사의 마음을 적는다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경감되는 것을 느낄 겁니다.


팔레이스타인에 인질로 잡혔던 어린 딸이 아버지의 품에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죽은 줄만 알았고, 그나마 고통 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위안했습니다. 그러다가 딸의 생존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감사하고, 딸이 원하는 비욘세 공연을 보러 가고, 디즈니랜드에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딸을 위해서 모든 돈을 다 쓰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살아있는 ‘존재’는 소중한 것입니다. ‘생명‘앞에서는 그 어떤 돈과 명예도 힘을 잃습니다. 만약 내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돈과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살아 있는 동안, 꾸준히 베풀고 나눠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혹시라도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 삶의 의미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사라졌지만, 세상에 남은 다른 존재에게는 좋은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니까요. 그것이 앞서 언급한,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덕불고 필유린”의 자세입니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을 직면할 때, 우리는 진정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죽음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나에게 다가올 존재라고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죽음’과 ‘삶’에 대한 강연을 마치고, 독자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말씀하신 분‘, ’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분이 명심해야 할 말들‘, ’ 품격 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 책은 언제 주로 쓰는지 ‘, ’ 한국의 철학자는 어떤 분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등‘, ‘선택이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저는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기 때문에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시도를 해 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선택이 어려울 때는 먼 미래에 나의 죽음을 상상해 보고, 그때 후회했을지, 안 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라고 조언드렸습니다. 사실 저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이러한 방법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 책을 낸 것(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위해서 학교를 휴학한 것 등. 특히 책을 낼 때는 나중에 60 넘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을 내도 생각한 것만큼 잘 안 될 것이다,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등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심지어 저희 어머니도 반대를 했는데요. 나중에는 가장 큰 응원자가 되어주셨습니다. 결국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나중에 혹시라도 후회할지 모르는 것들을 줄여가기 위해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쓰면서 5년간 4권의 개인저서를 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주업은 회사원이지만, 틈틈이 글을 쓰면서 저의 생각을 정리하고, 좋은 말들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데이터나 보고서를 통해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것처럼, 회사를 벗어나서는 삶의 지혜나 제가 깨달은 생각이나 노하우를 다른 분들께 전달하고, 거기에서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사실 최인아 책방에서 강연을 하게 된 것도 2019년에 첫 책이 나왔을 때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한 후에, 언젠가는 꼭 강연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목표를 갖고 꾸준히 글을 쓰니, 결국 좋은 공간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최인아 대표님이 남편분과 저에게 인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이미 독자분들은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오늘 어떠셨나요?”
“공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공간의 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오셨고, 저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인사드렸습니다.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꿈은 이뤄지게 되어있기(어떤 식으로든) 때문에, 우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매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상기하고, 현재에 충실하고(카르페 디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메멘토 모리) 생각을 한다면, 삶의 질은 달라질 것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도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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