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이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존재하는 한, 자신의 정체성과 발전에 한계가 생깁니다.
내가 아빠로서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친구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동료로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고, 그렇게 인식되는 순간, 나의 쓸모가 사라지면, 큰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됩니다.
공자도 쓸모 있는 학문보다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인과 예를 설파했습니다. 당시 위정자들은 이를 쓸모 있게 여기지 않고, 공자의 제자들의 실용적인 학문의 능력을 샀습니다. 이를 거부한 그의 제자 중 일부는 공직에 나가지 않고 평생 위정자에게 '쓸모없는' 학문에 매진했습니다.
2,500년이 지난 후 우리는 당시 위정자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논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강신주 교수님이 말씀하신 장자의 학문도 마찬가지겠죠.
세상을 쓸모와 쓸모없음의 이분법으로 바라본다면, 이 세상에는 사랑과 포용은 없을 것입니다. 냉엄한 법과 질서, 이해관계만 있을 것입니다.
쓸모 있는 학문모 중요하지만 쓸모없는 학문에도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삶에 균형이 생기고, 삶의 의미와 행복도 찾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는 거의 30여 년 가깝게 연락을 주고받던 후배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후배와 후배의 와이프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과 맛있는 와인을 마시면서 과거의 추억과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배와 저는 어떤 사업적 계산이 있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랫동안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하는 관계입니다. 서로 간에 어떤 쓸모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저는 후배 아들에게 선물한 책도 골랐습니다. 그저 책이 후배 아들의 인생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기보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나눠주시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공자가 주창한 '인'의 마음입니다. 대붕을 올라탄 장자의 마음, 무위자연의 노자의 마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