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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Jun 06. 2020

혼자 잘 노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잘한다.

“새벽 4시에 전화를 걸 수 있는 친구라면 중요한 친구이다.”라는 명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친구가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감정의 찌꺼기를 상대방에게 쏟아 붓는 것과 같다. 물론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들어줘야 하지만 습관적으로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남과 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95년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일 때 어떤 노부부와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할아버지가 혼자 어디론가 가신다고 했다. “Where are you going?”이라고 여쭤보자 “I am going to watch a movie”라고 하셨다. 그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당연히 금슬 좋은 이 노부부는 같이 영화를 보러 가야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선진국에 사는 백인 노부부에 대한 나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해가 된다. 그 부부는 서로의 기호를 존중했고 할아버지도 자신만의 ‘혼자 놀기’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존중했기 때문에 노부부는 다정하게 보였다.  
 
 이제 혼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2035년이면 48%가 싱글인 시대를 맞는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인구 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1/3에 육박한다. 내 친형도 이 1/3에 속한다. 최근에는 ‘미혼’이 아니라 ‘비혼’이라고 한다. 즉,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예전에는 혼자서 식당을 가면 쑥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요새는 1인 1가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점차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TV에도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라든지 1인 가정에 대한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을 다니는 혼족이 득세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외로워진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되면서 관심이 아이들에게 쏠리게 된다. 머리를 이쁘게 잘라도 알아주는 사람은 사무실에 직원들 몇 명 (그것도 눈썰미 좋은 직원 정도)이고 같은 옷을 일주일째 입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결혼을 안 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결혼을 하거나 이성 친구가 생겨서 더 이상 같이 안 놀아준다. 이제는 나 혼자 홀로서기를 해야 된다.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고독은 고독으로 받아들여야 된다. 그래서 1987년 서정윤 작가의 〈홀로서기〉라는 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외로운 모습을 받아들일 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홀로서기를 한 사람들일수록 인간관계에 여유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결혼한 분들에게 가정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진정 고독해졌을 때를 대비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해 두지 않으면 청계산만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건강을 위한 등산은 좋지만 등산 밖에 할 것이 없다면 문제다. 이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혼자 노는 법을 공부해보자. 
 


 나에게 있어서 혼자 놀기의 진수는 역시 서점과 카페다. 
 주로 강남의 대형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데 공간도 넓고 향기로운 아로마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곳에는 나처럼 혼자 놀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점에 혼자 간다고 “혼자 오셨어요?”라고 묻는 직원은 없다. 그곳에서 요새 베스트셀러, 내가 좋아하는 서적 류(자서전, 자기계발, 역사서, 일본 소설) 위주로 쭉 훑어본다. 내가 책 읽는다고 돈 내라는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그리고 요새 서점에서는 의자나 소파에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는 인터넷 서점보다 1,000원~2,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물론 나는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아니다. 40대가 되면 책 몇 권 정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1시간 정도 아로마 향기와 향긋한 책 냄새를 맡고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데, 만 원은 그에 대한 충분한 답례를 하는 것이다. 책 속에 파묻혀서 다양한 세대들과 같이 어울려서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젊음의 묘약’이 아닐까 싶다. 
 
 카페도 좋다.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서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물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수도 있지만, 차라리 그럴 바에는 멍 때리기가 나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회사에서 적어도 10시간 정도 디지털에 노출되어있다. 밖에서는 디지털을 멀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그냥 멍 때리고 커피 마시면서 거리에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사랑스러운 연인들을 훔쳐보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비울 수 있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좋아한다. 향긋한 아메리카노 커피향을 맡으며 글을 쓰면 마치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기분이 든다. 
 
 예전 프랑스 파리에 출장 갔을 때, 〈나폴레옹〉이라는 에펠탑 근처의 호텔에 묵었다. 그때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으며 잡담을 나눴는데, 옆에 어떤 중년의 일본 여인이 혼자 조용히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영화 속에 한 장면 같았다. 한번 상상해 보자. 햇볕이 살짝 쏟아지는 프랑스 파리 (파리가 중요하다.)의 어느 호텔 카페에서 맛있는 바게트 빵과 커피 한 잔과 한 권의 책. 이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감수성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 가수 이소라는 〈좀 멈춰라 사랑아〉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놀다 보면 친구 같은 거에도 관심 없어. 집에서 안 나가면 그런 게 편안하니까” 이렇게 혼자 놀기는 나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준다. 나도 노후를 대비해서 혼자 놀기 공부법을 지속하고 있고, 그 단계를 높여가고 있다. 나중에 60세가 넘어서 홍대의 작은 재즈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한테 팁이나 술 한 잔도 얻어 마시고 싶다. 


혼자 놀기가 남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나는 블로그에 맛집, 여행, 서평, 영화평, 가치관, 생각 등을 올린다. 그래야 더욱 오랫동안 나의 기억과 느낌이 남고 남들에게도 어떤 ‘가치’(Value)를 제공할 수 있다. 나중에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 기록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라는 상상도 즐겁다. 


혼자 놀기는 나의 영혼을 치유하고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나를 먼저 채워야 남과의 관계도 더 잘할 수 있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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