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웃을 일보다 눈물지을 날이 많아진다 해도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초대받을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by Jeremy

이 땅에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 경조사란 참으로 신경 쓰이는 일이다.

정말로 축하하거나 함께 눈물 흘리는 일이 아니라,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한 푼 더 나가는, 씁쓸함으로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20대에 맞는 경조사와 30대에 맞는 경조사의 종류와 성격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결혼 소식에 신기해 하며 박수를 함께 쳐주고, 실컷 기뻐해줄 때가 20대였다.

결혼하는 녀석들이 왠지 부럽고,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더 외롭게 느껴지고,

사랑받지 못하는 상실감마저 커져갔다.

피로연에서 짓궂은 농담을 던지다가도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30대 초반에는 돌잔치에 자주 초대받았다.

아이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신기함, 그리고 친구랑 꼭 닮았다는 공감이 더해져

우린 또 박수를 쳐주곤 했다.

아직 결혼하지 못한 아쉬움에 더해 애를 낳지 못하는 불효까지

이중삼중으로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부모님에게 미안해지며,

다가오는 명절이 두려웠다.

그런데 30대 후반, 거의 서른아홉,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초상을 당했다는 지인들의 부고소식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안타까움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함께 곡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며칠을 손 걷어부쳐 자리를 메워주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친구라며, 칭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이나 돌 잔치 같은 웃음보다는

눈물 지을 일이 많을 부고 소식이 늘어가는 것이 30대 후반,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아직까지 피터팬 콤플렉스에 어린왕자 증후군을 벗어나지 못하는

키덜트라고만 생각한 나였는데,

이제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의 부재를 고민해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급하게 보험을 들어야 했다.

목돈이 든다는 누군가의 수군거림에 귀동냥을 했고,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상담을 받았다.

초상집에 가서 상주에게 상담을 받았다.

우선 함께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린 다음,

과연 상을 치르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많이 드는 사실을 부정하진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미생과 완생의 위치가 확연히 드러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회사에 종이컵에, 비용에, 꽃에 직원들까지

쏠쏠하게 지원받고 있음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눈물 뒤에 감추어진, 아니 대놓고 드러내놓은 자신감이었다.



사람도 유난히 북적거렸다.

물론, 한켠으로 생각해보면 회사 내 다른 분이 상을 당했을 때 본인도 쉼없이 참여해야겠지.

그런데 보기에는 좋았다.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돌아가신 분을 위해 눈물을 흘려드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또 한켠에서 어르신들은 언성이 오고 갔다.

젊은 시절 그 친구가 잘 못 했다느니, 섭섭하게 했다느니,

우리 애는 내 죽을 때 잘해줄 수 있을까 하는 넋두리에,

아들 잘 낳아서 좋겠수 하며 호방하게 악다구리를 해댄다.

그렇지만, 정작 영정사진에 대고 소리지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없는 곳에서 수근대듯이

그러고 만다.

장례식장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울고 있고, 저쪽은 소리지르며 가끔씩은 웃기도 한다.

장례식장은 이토록 묘한 아이러니가 얽히고설킨다.

꽤나 일찍 날 낳으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서야 환갑을 맞이하셔서

이러한 풍경이 당장 나에게 현실로 몰아닥칠 것 같지는 않지만

마흔을 앞둔 내게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

축하할 일은 빠지더라도 눈물 흘릴 일은 가능한 참석하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복도 저편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 흘리고 있는 가족을 제외한 이쪽 동네 사람들은

뭘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곡을 하고 육계장을 먹으며 소주를 들이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진짜 눈물을 흘려준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을까?

하나의 정해진 의식처럼 장례를 치를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족끼리만 치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역시나 돈이었다.

그 놈의 돈이 양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런 거 하고 나면 돈 좀 들어온다는 말은 익히 들었으나,

그것 때문에 3일장을 치르고

손님을 받고, 눈물을 쥐어짠다.

살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들에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의심만 늘어간다.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에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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