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음악 감상에도 색깔이 필요해

"사람은 날 배신해도, 음악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

by Jeremy

삶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절실했다.

"사람은 날 배신해도, 음악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그랬다.

한창 뮤지컬 배우로 살아갈 시절, 서울에 혈혈단신 올라와 온갖 고생을 다하며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보내던 그 시절. 사람들의 친절함이 그리웠고, 그 친절함이 고마워 혹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없는 돈에 사기까지 당하다니. 정말이지 눈물은 피눈물이 되었고, 김밥 한 줄 겨우 끼니로 때우던 일상은 정말이지 그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음악 감상만큼은 절대로 귀에서 놓치지 않았다.

어느 날씨 좋은 봄날, 눈을 가만히 감고, 싸구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정말이지

뭉퉁하게 지워져버린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둥글둥글 다시금 깍이게 만들어주었다.



특히나 올드팝을 좋아했다.

당시는 유독 그랬다.

진추하&아비의 <One Summer Night> 영화 <그리스> 주제곡 <Summer Night>

<접속>의 'A Lover's Concerto', Ben E. King의 'Stand By Me' 등이 트랙리스트에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냥 멜로디만 듣지 않았다.

가사를 외웠고,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당시에는 그 취미가 참으로 커다란 선물이자 행복이었다.

그러다가 다시금 내가 상처받아도 이해하고 넘어가자.

용서하고 운명이라 받아들이자.

그렇게 마음먹으면 하루가 편안해졌다.

굳이 인상 찌푸리며 주름살 생긴다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쫄깃해지는 심장 움켜쥐며,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다.



요즘엔 컬러링북이다, 스님들 강연이다, 테라피다 해서 힐링 관련 소재들이 판을 치지만,

그땐 모든 것이 사치였던 그땐, 이어폰을 귀에 꽂아 음악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가슴은 벅차올랐다.

올드팝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다.

세상을 향한 불신이나 지적, 비난 없이

순수한 감정, 때묻지 않은 사랑을 속삭이기 때문에

희망의 끝줄이라도 잡고 싶었던 그때

그러한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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