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영화도 잘보고, 뮤지컬도 잘보고, 콘서트도 잘 가요
원래 남자는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는다. 야구를 관람하고, 축구를 보며 괴성을 지른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을 가슴 떨리도록 거부하는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눈에 이러한 행동은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른 것일 뿐이다.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여자는 야구에 관심이 없고(요즘에는 야구에 열광하는 여성이 늘어났지만), 축구 얘기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옛 남친의 군대 이야기가 떠오른다며 원천적으로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나도 요즘은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뮤지컬에 흠뻑 빠져버렸다. 오죽 했으면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나와버리는 결심을 하고, 결국 무대에 오르는 성취감을 맛보았을까? 한 뮤지컬 컴퍼니에 연습생 자격으로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 지금은 대스타가 되어버린 조정석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했으며 함께 땀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여자들 앞에서 내가 가장 쉽게 꺼내며 호감을 사는 영웅담이자 무용담이다.
Thank You, 정석아! 네가 잘되어 부럽기도 하고 시기질투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게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어서... ^^
뮤지컬은 노래, 연기, 춤까지 요구하는 고난도의 스펙터클 스테이지 액션이다. 그러니 티켓값도 비싸겠지. 노래에서 느끼는 감동, 연기에서 전해지는 전율, 춤에서 타고오는 짜릿함이 삼박자 고루 덩실덩실거린다. 그래서 연극도 좋고, 영화도 좋지만 거금을 들여 뮤지컬 공연장을 찾는다.
보통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할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관람했다가,
마니아가 되는 뮤지컬 팬이 많다.
난 자발적 관람을 통해 팬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타인의 관람 의지에 이끌려 찾았다가 감동에 충격을 더해 팬이 되어버린 케이스이다.
무대와 스크린은 전적으로 다르다.
스크린의 연기는 Fake라 할 수 있다.
틀리면 새로 찍고, 그걸 다시 편집해서 보여줘도 된다.
하지만, 무대 연기는 라이브이다.
결코 틀릴 수 없다.
틀리면 관객의 항의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으랴.
그렇기 때문에 무대를 바라보면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하다.
우리네 인생도 결국은 라이브가 아니겠는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공연이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고, 일순간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작품에 몰입한 배우는 공연이 끝난 후
탈진한다고 한다.
실신했다는 배우도 있다.
그만큼 한번의 공연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인생이 딱 그렇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관객은 모여들지 않는다.
나만의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거기에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인공이더라도 조연과 앙상블이 뒤를 잘 받쳐줘야 성공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잘해내야 뜨거운 커튼콜 박수를 받는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으면,
인생의 화살이 스쳐지나가는 듯하다.
요즘 인생은 하나만 잘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멀티를 요구한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제대로 해낸다면 얼마나 멋지고 환상적이랴.
20대에는 스펙을 쌓아가고,
30대에는 그걸 다듬어갔다면,
40대에는 쌓아둔 걸 폭발시킬 때이다.
그 눈앞에 서른아홉이 있다.
곧 서른아홉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마흔이 되기 전,
서른아홉에 마지막 과외를 받아보고 싶다.
그 깨달음을 뮤지컬을 통해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류정한 지킬, 조정은 엠마, 소냐 루시가 출연한 <지킬 앤 하이드>를 감상했다.
묵직한 깨달음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뮤지컬을 보고 또 보게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