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애비 냄새 난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청소에 에너지 낭비해야 한다
청소라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잘 안다.
해도 해도 치울 일이 산더미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보면 더더욱 귀찮아진다.
남자는 아무래도 깨끗한 동물은 아닌가보다.
함께 사는 여자, 아니면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여자가 잔소리를 해대지 않으면
방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좀처럼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주말이 되어 큰마음 먹어보았다.
일어나면 쉽게 일어나질 것을,
출근하는 평일에는 그렇게 딱 맞춰 일어나는 것을
(사실 사람들은 내게 지각대장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언컨데
폭우, 태풍, 버스가 멈추어버림과 같은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지각이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초중고까지 개근상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
왜 그렇게도 주말에는 쉽지 않은 큰 행사였던 것일까.
우선 진공청소기를 꺼내보았다.
정말이지 내 손으로 직접 청소기를 돌렸던 게 언제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다.
생각해보면 이거 습관되지 않으면,
은둔형외톨이가 사는 집처럼 되어버릴까봐
더 걱정이다.
가끔씩 집안에 잡동사니가 쌓이고 쌓여
몇 톤이 되어 동네 사람들과 주민센터 사람들이 와서
치웠다는 기사라도 나올까 봐 걱정이다.
한번 청소했다고 언제까지나 방안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한번 반성하고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늘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좋은 뜻은 매일 마음속에 새기며 되씹어야 한다.
- M. 루터
우선 청소기부터 신나게 돌렸다.
청소기를 돌릴 때면 고양이들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우다다 도망가기에 바쁘다.
그러고는, 물걸레질을 열심히 해댄다.
이거 정말 힘들다.
엎드러서 맨무릎으로 열심히 밀고 다녀야 하니.
이때 고양이들은 놀아주는 건가 싶어
열심히 옆에서 알짱거린다.
"아놔 귀찮아."
끝이 아니다.
구석구석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래서 집구석이라 하는 건가. ㅋㅋㅋㅋㅋ
이불 빨래, 그냥 빨래, 걸레 빨래, 손빨래
아따, 빨래는 또 왜 이렇게 종류가 많다냐.
하다하다 보면, 삭신이 쑤시고,
허리가 아파온다.
디스크 수술 받았던 거 재발할까 봐 겁이 날 정도로 쑤셔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열 평 남짓한 집구석 청소가 오후 3시나 되어야 끝난다.
이렇게 열심히 회사 일이라도 했으면,
우수사원 상을 받았을 터.
하지만, 큰마음 먹고 난리부루스를 땡겼던 청소라,
언제 다시금 이만큼의 시간과 공을 들일지는 며느리도 모를 터.
피곤하다.
급 피곤하다.
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눈 뜨면 일요일이 되어버릴까 봐 두렵다.
불금을 보내지도 못했는데,
불토마저 앗아가버린다면
슬퍼지겠지.
제발 9시 안에는 깨어날 수 있기를.
친구들 불러다가 마감 끝난 기념으로 한잔해야 할 건데.
토요일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고 하루를 시작했는데
청소하느라 저녁 해 뉘엿뉘엿 지는 걸로 마무리하면 안 되는데,
하지만, 그것보다도, 청소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며
주문을 걸어본다.
잠들기 전 가수면 상태에서 자꾸 중얼거리면,
세뇌가 잘된다고 하는데...
구시렁구시렁...
계속 말을 이어간다.
구시렁구시렁.
눈을 떴더니 다음날 새벽 5시다.
젠장.
주말 다 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