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다시 공부하는가
어제 하루를 떠올려보자. 잘 모르는 누군가이던, 잘 아는 누군가이던 바로 그 누군가를 위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 적은 없는가. 개인적으로 시간을 냈거나, 경제적으로 비용을 지출한 그런 일들 말이다. 하지만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부탁을 거절하면서도 힘겨워하고, 미안해하고, 마음 아파했을 그런 순간 말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대할 때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하는 두 가지 행동양식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항상 이러한 질문들이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굳이 할 필요 없는데 어떻게 싫다고 거절하지. 그래도 거절해야겠지?’ ‘아, 꼭 도와줘야겠지. 그래야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겠지?’
둘 다 잘못한 것이 절대 아니다. 사람은 충분히 이타적일 수도, 이기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려 한다. 우선 이기적인 사람들은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타인이 자신을 낮게 평가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대가 “너 요즘 이런 행동들 조심하는 게 나을 듯해”라고 말하면 모순적인 방어를 하게 될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라고 하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모습도 이기적인 사람들에게서 종종 발견된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도 그러한 사람들의 특징이며, 겸손이 부족하고, 위험을 감수하길 두려워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전부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해봤을 때, ‘좀 이기적이면 어때’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의 비판을 경청하기는 하지만 내 방식대로 결론 좀 내리면 어떤가. 세상을 뒤집어버린 수많은 발견과 발명이 타인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해서 생긴 것들은 절대 아니다. 고집도 있고, 믿음도 강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비록 누릴 것이 없을지라도, 세상의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요즘같이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 때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이 지금 당장 찾아올 것만 같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확행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영화 <타이타닉(Titanic)>에서 주인공 잭(Jack,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은 타이타닉 호 제일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서서 이렇게 외친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 이러한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그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할 사람은 없다. 그러한 믿음만으로 그는 충분히 행복하고 모든 것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도 적당할 때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겸손 부족 또한 이유 없이 비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해 싸가지 좀 없어 보이면 어떠랴.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겸손이 부족하다고 말을 듣기 전에 충분히,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러한 마음가짐도 분명 필요하다.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위치에 있으면서 ‘어느 정도’ 겸손이 부족해 보이는 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없이 속이 편해질 것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서 패션업계 최고 아이콘인 미란다(Miranda)에게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물론 미란다의 태도는 도를 넘어선 면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위험을 감수하길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위험한 상황에 내던져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숱한 탐험가들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는 과연 누가?
그렇다면 결론은 적당히 이기적이도 된다는 것이다. 왜 도대체 사람들은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말에 죄책감을 갖고 어려워하는 것일까. 한때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10계명’이 꽤 유행했었다.
남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자책과 걱정은 버려라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의무에 끌려다니지 말라
정의의 덫을 피하라
결코 뒤로 미루지 말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라
화에 휩쓸리지 말라
더없이 이기적으로 보이는 메시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스트레스가 몰려오지 않는 선에서 더없이 이기적이어도 상관없다. 그러니 제발 당당하게 행복하게 이기적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이기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표현도 너무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나 물불 가리지 않고 이기적일 때가 많다. 상대를 배려하기는커녕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행동에도 책임감이 따랐으면 싶고, 그에 따라 행동했으면 한다. 이기적이라는 자유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10계명’에 맞게 행동해 왔는지 생각해본다. 그런데 8번 ‘결코 뒤로 미루지 말라’는 지키지 못한 적이 자주 있었다. 이는 솔직히 고백하겠다. 나머지 9계명은 꽤나 잘 지켜온 것만 같다. 나는 나부터 사랑한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것들부터 사랑한다. 그렇게 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철석같이, 꿀떡처럼 믿는다.
뮤지컬배우로 생활했던 당시,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나의 자신감을 갉아먹었던 기억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해지려고 꽤나 노력했다. 어렵게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사기도 당하고, 돈도 잃고 했지만 나를 자책하거나 넘어지지 않았다. 절망의 늪에 빠져 나를 망가뜨리지도 않았다. 분명히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그 방법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있으면 얼른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화를 낼 필요가 있으면 역시나 빨리 많이 화를 내고 끝냈다. 그리고 이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이다.
무조건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싫었다. 사실 우리는 숱한 히어로 영화들을 관람해 왔지만 특히나 <스파이더맨(Spiderman)>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지를 말이다. 나는 늘 가난하고 직업도 변변찮은데 히어로라는 이유로 남들을 돕고 나를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분명 소소하게 평범하면서도 즐겁게 사는 것이 사실 알고 보면 가장 편하고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는 나도 충분히 멋지다. 이렇게 살아가면 어떠냐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들, 아니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믿음과 신뢰를 가지길 바란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친구가, 회사에서와 같은 불안요소들은 그냥 제거하고 오직 나만 생각해보자. 내 마음이 천국이면 세상이 천국이 된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