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 쓰고, 파리 목숨이라 읽는다!!!!!!!?
쉽게 공감도 되지 않을 만큼 저기 멀리서 거대한 예시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뒤흔들다 못해 패닉에 빠뜨렸을 때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에 수많은 사장님들에게 쏟아진 무거운 짐과 고통과 아픔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뭣 모르고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 워리어를 자처하는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잘되는 집은 뭘 해도 잘되는 거 아니겠어? 코로나라고 해서 뭐 대수롭겠어? 자기가 못한 거 가지고 맨날 죽는 소리 하고 난리야, 왜.' 왜 그럴까, 다들. 자신의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이들의 무심함에 가슴이 저려온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탓하랴, 그냥 나를 탓하는 것이 속이 편하겠지.
에디터로 십수 년간 열심히 살아오고 편집장의 자리까지 무사히 안착했었다. 북에디터도 거치고 매거진의 피처에디터로서도 신나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글쟁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치 중국 무림고수들 사이에서만 전수되어 오는 비법서처럼 말이다.
'북에디터는 작가를 꿈꾸고, 매거진 에디터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같은 Editor-in-Chief(편집장, 그냥 편집장이 아니라 꼭 에디터 인 치프를 꿈꾼다 ^^)를 꿈꾸고, 작가는 소설가를 꿈꾸고, 출판사 발행인은 문예지 정기 발간을 꿈꾼다.'
알 만한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먼저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홀로서기를 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정말 있어 보이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작가이다. 하지만 정말 (돈) 없는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한 바로 그 작가라는 타이틀. 당최 프리랜서로 집어넣기에도 그렇고 특수고용직도 아니고 생산적인 일도 아닌 것 같은, 백수라 하기에는 많이 애매한 바로 그 지극히 한량스러운 직업인 작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무슨 뜻인지 이제야 찾아보았다. 십수 년간 그 많은 작가들과 일하고 더 많은 작가들에게 출간 거절의 메일을 보내고 훨씬 적은 작가들에게 출간 축하의 메일을 보내고, 내가 작가가 된지 몇 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겨우 찾아본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중요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작가의 한자를 찾아보니 '작'은 알겠다. 그런데 '가'는 의외였다. '집 가'라는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더 찾아봤다. 그랬더니 이러한 답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방면(方面)의 일을 전문적(專門的)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돈을 잘 벌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어도 입에 풀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돈을 못 번다. 잘 못 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못 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지 않냐고? 아, 내 책들의 현재를 생각하면 그러한 허무맹랑한 꿈을 현실과 착각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책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찐 현실은 나의 거짓 꿈을 갉아먹고 있다. 한 권, 한 권 출간할 때마다 더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그렇게 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먹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문학적으로, 출판적으로 보자면 작가, 직업분포도로 보자면 프리랜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너무 삭막하여 문학적 가치를 조금 부여해서 보자면 방구석 사장, 1인 문화콘텐츠기획가, 출판계약서에서만 '갑'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작가를 사회적 약자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파리 목숨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끔씩 작가로서가 아니라 다른 일이 들어올 때 겪게 되는 비용 후려치기의 선공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왜냐고? 그거라도 벌어야 하니까.
사업자등록증을 내진 않았지만 1인 기업가로 살아가고 있다.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며 재즈 음악 들으며 기분 좋게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돈도 아깝고 음악 소리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 불편함만 제공해서인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낭만이다. 그렇다면 스터디카페 이용은? 어찌 제대로 글 쓰려고 장기권 끊었다가 귀찮아져서 비용적 손해만 봤다. 아, 차라리 스마트스토어를 하거나 아마존에 물건 떼다가 팔면 돈이라도 벌 텐데 우아하니 작가가 되겠다고 큰소리만 쳐서인지 현실에 깊속하게 몰입하지 못하다가 연신 뒤통수만 제대로 맞고 있다.
노트북만 갖고 있으면 초기 자본이 들지 않아 예상치 못한 손해를 무더기로 보는 우를 범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반백수나 다름없는 작가의 '찐'삶, '찐'스토리를 문학적 관점을 적절히 적용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중무장하여 '방구석 사장'이라는 입장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정(正)ㆍ반(反)ㆍ합(合) 3단계를 거치는 변증법적 가치로 설명하겠으나 역시나 변이가 일어날 수 있음을 먼저 밝히겠다.
그러고 보니 요즘 작가로 살아가기란 더 힘들다. 국가와 기업들이 문화 사업에 고삐를 확 조여서인지 더 할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는 믿어보련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종교적인 신념이 짙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싶다. 그렇게 견뎌내면서 달려가는 작가의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이는 충분히 비즈니스적인 마인드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