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유오피스에서 일합니다
이제는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도 뭣하다. 어느 순간부터 코로나라는 단어는 맥주가 아니다. 펍이나 바에 가면 그토록 마셔대던 맥주였는데. 기네스와 함께 나의 최애 맥주 브랜드였는데. 뭔가를 쑤셔 넣기에는 한없이 답답해 보이기만 한 맥주 병 입구에 잘 썰어둔 얇디얇은 레몬 한 조각 밀어 넣으면 알싸하게 터지는 거품들. 그 거품을 넌지시 바라보며 눈으로 신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젠 편의점 냉장고에도 코로나는 보이지 않는다. 스멀스멀 왕따 당한 맥주가 되어버린 느낌적인 느낌.
오죽 했으면 코로나 스스로도 다른 맥주들에게 왕따 당하는 콘셉트로 광고를 만들었을까.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한 코로나 병. 기침을 콜록콜록 하니 옆으로 슬슬 피하는 다른 맥주들. 굳이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변명하지 않더라도 그 광고 하나만으로 위트와 함께 씁쓸한 현실을 잘 담아내어 코로나 맥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주위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찾아보는데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래서 편견, 고정관념이 무섭다. 맥주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말이다.
공유 오피스 입주한 이야기를 바로 쓰려고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어져 버렸다. 그만큼 코로나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버렸고 이로 인해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공유 오피스 정기권을 끊을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하다 보니….
동네 카페나 스타벅스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셧다운에 가까운 거리두기 제한 조치가 계속 되다 보니 그냥 거실이 작업 공간이요, 아일랜드 식탁이 책상이 되어버렸다. 양치도 좀 잘하고 세수도 꼼꼼히 해야 내 집에나마 출근한 기분이 들 텐데 이도저도 아니다 보니 양치도 느즈막 하니 하고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해버리는 기간이 거의 2년에 가까워졌다.
한편으로는 이동 시간이 전혀 없고 차비를 쓰지 않으니 시간 아끼고 돈 아꼈다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았지만 이건 아끼는 게 아끼는 것이 아니었다. 일 좀 하다가 살짝 졸음이라도 몰려오면 ‘어휴, 한숨 자고 개운한 기분으로 다시 일해야지’ 하는 되뇌임이 2년째였다. 다시 일어나서 일을 제대로 했던가. 잠옷 차림이 근무복이다 보니 이건 집에서 쉬는 것인지, 일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참으로 신기한 것은 이런 근무 여건이었는데도 책 원고를 여러 편 썼고, 강의 준비하며 할 건 다 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점은 정말 미스터리이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했던 거지, 흠.’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졌다. 1차, 2차, 3차, 4차에 이어 변이 바이러스 이야기로 난리다. 그런데 공유 오피스에 눈이 갔다. 사무실을 렌트하기에는 부담이 컸고, 서울에 19개 오피스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미드에서 보던 뉴요커 느낌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집 근처 스터디카페가 아니라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창밖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과 타인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그렇게나 자발적 의지를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뭔가 자극을 받아야 하고 주위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반성도 해야 한다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결국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일주일 가까이 고민하고서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근무 장소를 설정하는 어플도 깔았다.
그렇게 ‘공유 오피스 입주일기’를 시작한다. 퇴근 전 일지를 쓰는 마음으로 공유 오피스에서 일어나는 이러저러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써 보려 한다. 재미없을 수도 있고, 시시할 수도 있고, 나만의 만족을 위한, 말 그대로 일기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만큼 나를 다잡는 데 이만한 당근과 채찍은 없을 듯. 매일매일 무슨 일이 펼쳐질까. 나도 궁금하고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