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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Jun 01. 2022

[1]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는 했건만

토닥토닥 그리고 쓰담쓰담

    

평소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인터넷 라디오 채팅 방송을 진행하고 나면 얼른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푹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딱히 불면증은 없으니 천장을 열심히 뛰어다닐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굳이 셀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매일 그러지 못한다. 하루 중 마지막 일을 분명히 기분 좋게 마쳤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불안감이 몰려온다. 왜일까, 왜일까. 도무지 왜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 왜인지 알 것만 같은 아이러니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럴 때마다 얼른 지우개를 꺼내서 쓱쓱 지워버리고 싶을 따름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프리랜서. 많은 사람들에게 N잡러로서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강의를 통해서, 글을 통해서 설파하고 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이 끊길까 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기까지 문장을 몇 번이나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했는지 모른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마음까지 부여잡아야 했으니까. 나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이래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솔직한 심정으로 다시금 회사에 입사할까 하는 조바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에 덜컥 쉽게 입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답이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어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이러저러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통장이 텅장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심적 갈등마저 단전 저기 밑에서부터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를 ‘프리랜서의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 ‘중년의 불안한 미래’라고 해야 할까. 주위에서는 잘 모르면서 쉬이 이런 말로 마음에 상처를 입히곤 한다.      


“시간 많아서 좋겠어. 참 재미있게 사는 거 같아.”

“남들 일할 때 쉬는 거잖아요. 부럽습니다.”

“늘 재택 근무하실 테니 시간도 아끼고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내 마음은 이렇게 반문하곤 한다.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꼭 거래처 퇴근 후에 일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더라고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피폐해져서 요즘에는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늦게 자든, 일찍 자든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아침 7시면 귀신같이 눈이 떠진다. 이른 오후부터 일하고자 스케줄을 맞추어두었으니 조금 더 늦게 눈이 떠져도 상관없는데 뭔가 일찍부터 일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꾸 눈이 떠진다. 정말로 나도 모르게.      


여차저차 세수나 해야겠다 싶어 세면대 앞에 섰다. 세수하다 말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힘들어 보이는 내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의 삶도 고단하고 불안했을까. 그래, 아버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처음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많이 고민하고 두려웠겠지. 모두가 프로가 되고 싶어서 아등바등하지만 사실 우리는 인생에서 모든 것이 처음인 아마추어가 아닐까. 그러한 싱숭생숭한 마음을 한가득 담고서 세수나 했다. 일부러 제일 차가운 물을 틀어 정신이 번쩍 들도록. 그렇게라도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야.     


세수를 하고서 방구석에 우두커니 앉았다. 아직 아침 7시가 조금 지났을 뿐이다. 새벽까지 일할 수밖에 없으니 지금 더 자도 되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서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일까. 어차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데 나는 왜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늘 사람들에게 밝은 얼굴을 보이며 살고 있었는데 그에 비례해서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게 길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 나부터 토닥토닥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다독여야 타인도 다독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 보면 나를 위해, 아니 너를 위한 나를 위해 이렇게 스스로를 토닥토닥하고 쓰담쓰담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닐까. 과하지 않게 나를 다독이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 적당히 후회도 하는 이야기면 더욱 좋겠다. 오직 나를 위해 뻔뻔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글이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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