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겠습니다
물 위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는 아름답다. 하지만 물 아래에서 백조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연못 위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꽃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렇지만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기에 그 숨어 있는 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겉모습만 보며 아름다움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가치와 진실은 그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기에 그 위쪽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긍정적으로 살아왔고 미소를 잃지 않고서 상대를 배려하며 지금 여기까지 달려왔다. 백조나 연꽃처럼 보이고 싶어서 부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가끔은 나 역시 상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잃지 않은 미소를 바라보며 행복해지고 싶고 상대의 무한 배려를 받으며 기뻐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
물론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너도 이만큼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를 바라보았을 때 행복감만큼은 받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않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 만나는 것을 조금 더 줄이고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서로에게 즐거움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 힘쓰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인연들이 떨어져 나가고 얼마 남지 않은 인연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다.
최근에는 밥 한 끼 하자는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정말 소중한 한 끼를 함께 먹고자 시간을 내고 약속을 잡고 맛있는 음식점을 검색한다. 소중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출판계에서 일하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첫 책을 내시는 신인 작가들도 더없이 많이 만났다. 그분들은 보통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신다. 그 누구보다 간절하다 못해 진지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출판계에 있다 보니 조심스레 말씀드린다.
“작가님, 베스트셀러가 되기에 앞서 이상하게도 첫 책을 내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나 책 나오면 열 권, 백 권 사주겠다고 하시는 지인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척하시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상처를 크게 받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설마요’라며 탄식하시지만 몇 달 후 그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다며 자신이 잘못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되뇌게 된다고 하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정리되고 나를 위해 긍정 에너지를 건네주고, 미소 지어주며, 배려해주는 사람들만 너무나도 자연스레 남는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를 기억해주고 묵묵하게 바라봐주는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향해 외치고 싶다.
‘인간관계를 확실히 정리해 보는 거야. 아닌 것은 아닌 거니까. 굳이 이것저것 미련 속에서 나를 소비하고 낭비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최근에 미니멀리즘을 선언하고서 옷을 200kg 가까이 버렸을 때 너무 행복했잖아. 그런 마음으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도 많이 줄여나가는 거야. 그랬을 때 진짜 내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그렇게 조금만 더 나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그들만을 위해 살아가는 거 어때. 세상의 중심에서 너를 향해 외쳐보는 거야. 조금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말이지.’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최근에 일이 많아서인지 얼굴이 많이 초췌해져 있다. 그리고는 외치지는 못했지만 중얼거리듯 몇 마디 해 보았다. ‘그래,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아보는 거야. 그동안 타인을 너무 배려하며 어려워하며 살았잖아. 이제는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살아도 될 나이가 되었으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거울을 쓱싹 닦았다. 열심히 지우다 보니 깨끗해진 거울을 바라보며 그게 이게 답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