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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Jun 08. 2022

[8]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갔습니다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마음이 아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봐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더없이 두려웠던 것도 역시나 사실이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나고서야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      


나를 처음 맞아준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왜 이제 오셨어요. 물론 지금이라도 오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차근차근 치료를 받다 보면 좋아지실 거예요. 다른 분들도 이러한 마음의 아픔을 갖고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었다. 나와 비슷하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말에도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나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으며 많이 호전되고 좋아졌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만 있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 이제야 왔을까. 진즉에 왔다면 선생님의 그 한마디를 조금이라도 일찍 들었다면 힘이 나고 위로가 되었을 텐데 말이지요. 지금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병원에 갔을 때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지 몰랐다.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병원에 갈 때마다 엄청난 사람들의 숫자에 놀라곤 한다. 왜일까.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는 것일까. 그래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한다. 이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의사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상태가 아주 심한 분들은 병원 입구까지 겨우 왔다가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가시기도 해요. 아니,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한 분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힘드실까 싶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이 자리에까지 오신 것만 해도 대견하시고 잘하신 거예요.”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숨기고 살아야 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러니 당당히 병밍아웃(병+커밍아웃)을 해도 문제없다. 조금만 더 당당해지고 이기적이어 보자. 다른 데서 이기적일 필요없다. 나의 몸을 위해서 나의 건강을 위해서 나의 삶을 위해서 당당해지자. 오직 나만 생각하자.     


건강해야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마음의 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아니, 아직 찾지 않았더라도 찾을 마음을 갖고 있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다. 병원에 가보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은 걸 보고서 아직 찾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러니 조금만 용기를 내어 보자.      


당신을 위해 손을 내밀어줄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있다. 만약 없다면 나라도 당신을 위해 내 손을 내밀어줄 것이다. 한겨울 눈이 소복이 쌓여 더없이 하얗기만 한 세상에서 살포시 피어나는 새싹 같은 마음으로 당신의 손을 덥석 잡아주겠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병원을 찾아보니 충분히 알겠더라.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서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강박증 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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