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문장 쓰기
순수하게 이 브런치 글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이 예스24 실시간 종합 1위, 인문 1위, IT/모바일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해력의 기본과 함께 태도와 커리어를 짚어주는 책입니다.
슬라이드는 금세 완성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성한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수치는 맞고, 문장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뭐가 중요한데?’라는 물음에는 스스로도 답할 수 없었다. ‘대리님, 이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승훈이 머뭇거리며 보낸 메일의 답장은 단 한 줄이었다. ‘보고서가 아니라, 설득이 되게 다시 써보자.’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알게 됐다. 보고서에서 중요한 건 ‘정리된 정보’가 아니라,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이라는 걸. 다음 날 아침, 승훈은 발표자로 지목되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의 문장들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을지, 이제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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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결과로 말하라’고 했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승훈은 입사 후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실무의 핵심을 맡았다. 광고 캠페인 성과 분석을 맡았던 것이다. 자료는 많았고 상대적으로 시간은 부족했다. 첫 PPT를 만든 날, 그는 자신 있게 고 대리에게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의외였다.
“자료는 좋은데, 보고서는 설득력이 없네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승훈은 일순간 멍해졌다. ‘설득력? 나는 단지 사실을 정리했을 뿐인데?’ 그날부터 그의 밤은 바뀌었다. 슬라이드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했기 때문이다. 숫자 하나, 제목 하나에도 질문을 달고 또 달았다. ‘이건 왜 중요한가? 이 숫자가 상대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모든 문장이 청중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어야 했다.
보고서 작성이 끝나갈 즈음, 고 대리가 발표 연습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번엔 승훈 씨가 발표하는 거예요. 자료의 전체적인 흐름을 가장 잘 아니까요.”
승훈은 당황했다. 물론 고 대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회사에서 발표는 늘 선배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새로운 기회이자 두려운 시험이었다. 회의실을 예약해 두고 두 사람은 연습을 시작했다.
“시작은 깔끔하게.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이승훈입니다’ 말고, 뭔가 훅 들어가는 멘트를 해야 해요.”
“예를 들면요?”
“‘이번 캠페인,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우리가 고객을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제와 메시지가 첫 문장에서 강렬하게 나와야 하는 거죠.”
슬라이드의 흐름도 조정이 필요했다. 승훈은 ‘이탈률 분석’, ‘광고 클릭률’, ‘전환비용’과 같은 슬라이드를 기존의 순서대로 배치했지만, 고 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는 많지만, 흐름이 없어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그래서 우리는 뭘 바꿔야 하느냐’인 거죠. 결론부터 던지고, 근거로 끌어오는 편이 좋습니다.”
승훈은 그 조언대로 슬라이드 순서를 바꿨다. 도표는 텍스트를 줄이고, 색깔을 정리했다.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슬라이드마다 ‘한 문장 요약’을 달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이탈률은 높았지만, 이탈한 고객은 ‘불만족’보다 ‘예산 초과’가 주원인이었다.’
각 슬라이드는 말 대신 스토리로 바뀌어 갔다. 숫자는 설명으로 이어지고, 도표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발표 당일. 승훈은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아니, 눈이 떠졌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긴장이 목을 조여왔다. 발표 장소는 본부 중역 회의실. 팀장, 본부장, 외부 전략 자문역까지, 무게감 있는 청중이 객석 곳곳에 앉아 있었다.
첫 슬라이드가 띄워지고,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번 캠페인,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 원인은 분명, 우리가 잘못 해석한 ‘고객의 맥락’에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이어지는 슬라이드에서 승훈은 데이터 하나하나에 근거를 붙였다. 단순히 ‘수치가 낮다’가 아니라 ‘왜 낮았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전략적 선택을 의미하는지’를 차근차근 호흡하듯 설명했다.
고 대리는 승훈의 발표를 뒷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몇 번 고개를 끄덕이는 임원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팀원으로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는군.’
발표가 끝난 후, 몇 명의 팀장들이 승훈을 따로 불러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보고서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슬라이드 구성도 명확했고요. 멋집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내용이었지만, 우리의 실수를 해결해 나갈 방안들이 잘 정리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핵심이 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
승훈은 겸손하게 웃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차올랐다.
그날 퇴근길, 그는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다. 슬라이드 한 장, 문장 하나에도 치열했던 지난 며칠이 떠올랐던 것이다. 가독성이란 읽기 쉬움이 아니라 ‘전달력’이었다. 설득이란 화려한 말이 아니라 ‘논리적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보고서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이어야 한다는 것을. 길었던 하루의 태양은 짧게 저무는데, 왠지 달빛은 오래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냥 집으로 옮기려는 발걸음이 아쉽기만 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4단계
1. 왠 / 웬
‘왠’은 ‘왜인지 모르게’라는 의미.
‘웬’은 ‘어떤’ 또는 ‘무슨’의 의미.
OX 퀴즈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 ( ) O
웬 돈이 이렇게나 많이 입금된 거지. ( ) O
우리 최 대리가 수금을 다 해오다니 왠일인가 싶네. ( ) X
2. 심심한 사과
이때 ‘심심한’은 심할 심(甚)과 깊은 심(深)을 사용하여 ‘매우 깊고 간절함’을 뜻함.
객관식 퀴즈
다음 중 ‘심심한’의 의미가 다른 것은? ⓷
⓵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⓶ 애써주시는 101동 주민 여러분은 심심한 경의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⓷ 어제는 정말 심심한 하루였다니까.
⓸ 재해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3. 봬요 / 뵈요
‘봬요’는 ‘뵈어요’의 줄임말로 상대를 높이거나 예의를 표할 때 사용.
‘뵈요’는 잘못된 표현으로, ‘뵈~’ 뒤에는 보조사 ‘~요’가 붙을 수 없음.
OX 퀴즈
주말 잘 보내시고 내일 뵐게요. ( ) O
혹시나 궁금한 사항이 발생하면 곧바로 찾아봴게요. ( ) X
그만 좀 뵙자고 우겨라. ( ) O
4. 어떻게 / 어떡해
‘어떻게’는 방법, 방식, 상태 등을 묻거나 설명하는 부사.
‘어떡해’는 어떤 행동이나 처치를 해야 할지 모를 때는 말로 당황, 고민, 감탄을 표현. ‘어떻게 해’의 줄임으로도 쓰임.
OX 퀴즈
그는 어떡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 ) X
그녀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던 거야? ( ) O
시험 완전 망쳤어, 어떡해? ( ) O
5. 다르다 / 틀리다
‘다르다’는 ‘different’.
‘틀리다’는 ‘wrong’.
OX 퀴즈
쌀떡볶이랑 밀떡볶이랑 뭐가 틀려요? ( ) X
재료부터가 다르잖아요. ( ) O
한 입 베어물면 확실히 틀리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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