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네”가 정답은 아니다
순수하게 이 브런치 글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이 예스24 실시간 종합 1위, 인문 1위, IT/모바일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해력의 기본과 함께 태도와 커리어를 짚어주는 책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은 끝났고, 조명이 꺼졌다. 부장님은 조용히 “임원실 다녀올게요”라고 말하며 먼저 나갔다. 슬라이드가 내려가고 사람들도 흩어졌지만, 승훈의 심장은 여전히 속도위반 중이었다. “옥상 갈래요?” 고 대리의 제안에 A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조 과장은 슬그머니 자료 뭉치를 챙기더니 뒤따랐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한 세 사람.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만이 바쁘게 남아 있던 회의실의 긴장감을 조금씩 밀어냈다. 회의는 끝났지만, 진짜 대화는 지금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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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간질거리는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맞은편 고층 빌딩의 유리창들에서 햇빛이 흐리게 반사되고 있었고, 어딘가에서 점심 회식이라도 있는지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발표 끝나고 올라오는 공기, 이게 제일 맛있다니까.”
조 과장이 커피 두 잔을 자판기에서 들고 와 승훈과 고 대리에게 건넸다.
“딱 봐도 어제 밤샌 얼굴인데, 커피부터 마셔요.”
승훈은 감사하다며 넙죽 받긴 했지만, 웃음이 이리저리 어색했다. 발표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질문 하나가 시원하게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장님, 저… 발표 전에 부장님한테 슬라이드 순서 바꿨다고 보고드렸거든요. 그때 ‘왜 바꿨냐’고 물으셔서… 제 나름대로 설명했는데, 말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어요.”
고 대리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랬더니 뭐라 하셨어요?”
“‘흐름이 보이게 정리해 보라’고요. 그냥 거절은 안 하셨는데….”
조 과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상 받은 거예요. 부장님 성격 몰라요? 말 안 끊고 듣고, 그 자리에서 부정 안 하셨으면 ‘오케이’란 뜻이지요.”
승훈은 잠시 멈칫하다 물었다.
“근데 제가 굳이… 그 상황에서 말을 꺼내는 게 맞았을까요?”
“그게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자네 몫이죠. 부장님이 정답은 아니잖아요.”
고 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예전에 신입 때, 부장님한테 슬라이드 순서 틀린 것 같다고 우물쭈물 말했다가 회의실에서 완전 무너졌잖아요. 그때 부장님이 하신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니까요.”
승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 하셨는데요?”
“‘내가 하란 대로만 할 거면, 자네가 굳이 필요 있겠어?’”
세 사람 사이에 조용한 웃음이 번졌다. 조 과장은 담배를 입에 무는 척하며 말했다.
“부장님 스타일은 원래 그래요. 반박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생각이 있다면 말해보라고, 던져보는 거죠.”
“근데 전 아직 경험도 없고….” 승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래서 더 말해야 해요.” 고 대리가 덧붙였다.
“사람들은 경험 없는 사람이 의견 내면 어리다고 지적할까 봐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경험 없는 사람이 생각을 말하는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그 사람을 키울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조 과장은 손으로 난간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실은 나도 그거 모르고 3년 동안 ‘넵, 알겠습니다’만 하다가, 진심으로 혼난 적 있어요. ‘보고는 네 생각을 전제로 써야지, 내 복사기야?’ 하시던데, 그게 아직도 뼈에 남아 있다니까요.”
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네”라고 하는 게 착한 게 아니구나. 때론 의견을 내는 게 용기고, 존중일 수도 있겠구나.’
그때 고 대리가 승훈의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앞으론 ‘네’ 하기 전에, 한 박자만 쉬고 생각해 봐요. ‘이 말이 진짜 맞나?’ 하고.”
조 과장도 덧붙였다.
“맞으면 ‘네’, 애매하면 ‘질문’, 틀리면 ‘제안’. 그 세 개로만 말해도, 상사들 반은 감동받는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라니까.” 승훈은 깔깔 웃었다.
진짜 수업은 여기서 시작되는구나, 라는 느낌. 슬라이드를 꺼낸 발표장보다, 커피 한 잔 들고 올라선 이 옥상에서 더 많은 걸 배우는 중이었다.
그날 퇴근 전, 사무실에 다시 내려온 승훈은 조용히 오늘 피드백을 정리했다. 메모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보고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지려면, 네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5단계
다음 밑줄 친 부분을 표기법에 맞게 고치시오.
1. 네가 하는 짓을 보니 속에서 부화가 치밀어오른다. ( ) 부아
2. 우뢰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 우레
3. 김 사장님, 구렛나루가 정말 멋집니다. ( ) 구레나룻
4. 바로 그 찰라의 순간, 홈런을 때립니다. ( ) 찰나
5. 오늘은 여섯 시부터 해가 누엿누엿 지고 있네. ( ) 뉘엿뉘엿
6. 그 녀석 참 늠늠하구만. ( ) 늠름
7. 한끝 차이였는데 져버리다니 너무 아쉽다. ( ) 한 끗
8. 너무 쑥쓰러워서 옆에서 걷지도 못하겠어요. ( ) 쑥스러워서
9. 죄 없는 자가 그녀에게 돌맹이를 던지거라. ( ) 돌멩이
10. 그 음식은 전자렌지에 데워야 맛있더라. ( ) 전자레인지
11. 솔직히 우리는 비지니스로 만난 사이잖아. ( ) 비즈니스
12. 자, 오늘 회식은 부페입니다. ( ) 뷔페
13. 새로 나온 카라멜 먹어봤어요. ( ) 캐러멜
14. 우리 팀장님은 진짜 다 잘하시는데 리더쉽이 부족하시니. ( ) 리더십
15. 체크인하고 들어왔는데 방에 타올이 없다니. ( ) 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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