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습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순수하게 이 브런치 글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이 예스24 실시간 종합 1위, 인문 1위, IT/모바일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해력의 기본과 함께 태도와 커리어를 짚어주는 책입니다.
수요일 오후 4시. 일주일 중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였다. 누구는 회의실로 향하고, 누구는 커피 한 잔으로 몰려오는 졸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승훈은 혼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획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을 다듬고 있었다. 이번 분기의 마케팅 전략을 정리한 이 보고서는 팀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주요 안건으로, 그의 손끝에 담긴 표현 하나하나가 그대로 임원 보고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슬슬 머리가 멍해질 즈음, 사내 메신저가 조용히 울렸다.
‘[CX팀 새롬 사원] 안녕하세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보고서 관련해 도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름과 직급을 보는 순간, 승훈은 상대가 자신과 같은 신입사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CX팀은 고객 경험을 다루는 부서로, 마케팅팀과 회의나 캠페인 리뷰 등에서 가끔 얼굴을 마주치긴 하지만, 실무적으로 직접 협업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새롬 사원은 승훈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조심스러운 말투, 그리고 ‘도움’이라는 단어. 승훈은 무심코 마우스를 갖다 댔다가 멈칫했다. ‘보고서 양식 요청’이라는 건 단순한 파일 공유 이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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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 사원] 안녕하세요, 새롬 님. 어떤 내용의 보고서인지 간단히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CX팀 새롬 사원] 아 네! 이번에 고객 인터뷰 자료를 정리해서 본부장님께 드리는 인사이트 보고서를 준비 중인데요. 처음 맡는 거라 어떻게 구조를 잡아야 할지 몰라서요. 혹시 마케팅팀에서 사용하시는 보고서 양식 참고해도 될까 해서요. :)
승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전에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는 단순한 문서 양식을 넘어서 전략적 사고의 결과물이자 팀 내부의 관점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었다. 이런 자료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함부로 외부에 공유하기에는 민감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곧바로 ‘그건 어렵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것도 어색했다. 상대는 같은 연차의 신입사원이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승훈은 일단 고 대리에게 다가가 조용히 상황을 설명했다.
“대리님, CX팀 신입분이 제 보고서 양식을 공유해달라고 하시는데요. 그냥 드리면 좀 애매할 것 같아서요.”
고 대리는 승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판단했어요. 우리 팀 보고서는 우리 내부 방식이 녹아 있어서 그냥 주기엔 부담이 있어요. 보고서라는 게 단순히 틀만 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방향을 잡아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자리로 돌아온 승훈은 메신저에 글을 쓰기 위해 천천히 마우스 위에 손을 얹었다.
[승훈 사원] 새롬 님, 요청 감사드려요. 다만, 저희 팀에서 사용한 보고서 양식은 팀 내부 전략이 녹아 있어서 외부 공유는 조금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고객 인터뷰 자료를 정리하시는 거라면 그에 맞는 구조를 함께 고민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괜찮으실까요?
[CX팀 새롬 사원] 아 네네! 괜찮습니다. 오히려 너무 감사하죠.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승훈은 새 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주요 키워드 도출: 고객 인터뷰 내용을 읽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를 먼저 분류한다.
테마별 분류: 도출한 키워드를 기준으로 세 가지 정도의 주요 테마로 분류한다. (예: 응대 속도, 응답 정확도, 접근성)
고객 인용 정리: 각 테마 아래에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한다. “전화 연결만 15분 걸려요.” 같은 식.
팀 인사이트 도출: 마지막에 각 테마에 대해 CX팀의 인사이트나 개선 제안을 정리한다.
[승훈 사원] 예를 들어, ‘응대 속도’가 핵심이라면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어요.
[응대 속도]
고객 A: 전화 연결만 15분 걸려요.
고객 B: 콜백 요청했는데 하루 넘게 걸렸어요.
→ 인사이트: 응답 속도 개선은 고객 만족에 직결되며, 긴 대기 시간은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새롬 사원의 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CX팀 새롬 사원] 와… 이거 진짜 너무 좋은걸요. 그냥 양식만 받았으면 이런 구조는 절대 못 잡았을 거예요. 이 방식으로 정리하면 훨씬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커피라도 꼭 사야겠어요!
승훈은 피식 웃으며 메신저를 닫았다. 단순히 자료를 넘기지 않고, 도움의 본질을 고민한 결과였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방향을 제시하니 자신도 더 명확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 뒤, 고 대리가 다시 자리로 와 묻는다.
“잘 정리했어요?” 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냥 ‘어렵습니다’라고 하기보단,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했어요. 덕분에 저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고 대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승훈 씨가 다른 사람의 방향도 잡아줄 수 있겠군요. 많이 성장했어요. 잘했어요.”
그날 저녁, 지하철 안에서 승훈은 스마트폰을 열어 오늘의 대화를 다시 되짚었다. 처음엔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정중하고 구체적인 대안이야말로 관계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체감한 하루였다.
‘거절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기술이다.’
그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사소한 말 한 줄이 사내 관계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오늘 경험했으니까. 한 뼘 더 성장한 만큼 그 성장의 결과물을 타인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6단계
<허생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실린 한문 단편소설로,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 사회의 모순을 풍자하고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 지문
허생은 서울 종로 거리에서 책만 읽으며 사는 선비였다. 아내는 집안 살림이 궁색해지자 불만을 터뜨렸다. “선비라면 가끔 글도 팔고, 벼슬도 구해보셔야지요. 대체 언제까지 글만 읽으시렵니까?” 하지만 허생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허생은 열흘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 단절한 채 책만 읽었다. 열흘째 되는 날, 그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말쑥한 선비 차림은 사라지고, 초라한 거적을 두른 모습이었다. 그의 종은 깜짝 놀라 뒤쫓으며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나리?”
허생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나 이제 장사를 한번 해보려 하네.”
종은 더 놀랐다. “나리께서 장사를요? 그건 상인들이나 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보려면,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지.”
� 문해력 문제
Q1. 허생이 열흘 동안 한 행동과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는 성격을 통해 아래 문장을 완성하세요.
허생은 열흘 동안 ( 책만 읽으며 ) 세상과 단절했으나, 결국 그가 ( 실천적 사고력을 지닌 ) 인물임을 보여준다.
→ 힌트: 그는 세상일보다 학문에 집중하는 인물이었으며, 장사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았지만 뜻밖의 선택을 합니다.
� 어휘력 문제
Q2. 위 지문에서 ‘거적’의 원래 뜻을 바르게 고른 것은?
1. 짚이나 삼 따위로 엮어 만든 돗자리
2. 나무껍질을 벗겨 만든 외투
3. 벼루와 붓을 넣는 가방
4. 짐을 싣는 커다란 자루
Q3. 위 지문에서 ‘거적’이 상징하는 의미로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요?
1. 부유한 상인의 위장된 모습
2. 학문을 포기한 사람의 절망
3. 기존 사회 질서에서 벗어난 도전의 상징
4. 농부로 살아가려는 결심의 표현
✅ 해설
문해력 해설:
허생은 ‘책을 읽으며 세상과 단절’한 삶을 살던 인물입니다. 그런 허생이 ‘장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문장을 통해 독자는 허생이 단순한 책벌레가 아닌, 실천적 사고를 갖춘 인물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어휘 해설:
‘거적’은 주로 짚으로 엮어 만든 얇은 자리로, 농촌이나 시장에서 물건 덮개로 많이 쓰였습니다. 옷이 아닌, 매우 초라한 차림을 의미하는 상징적 장치로 쓰인 것이죠. 정답은 1번입니다.
‘거적’은 본래 짚으로 엮은 덮개이지만, 여기서는 허생이 기존 양반 선비의 단정한 모습(말쑥한 옷차림)을 버리고, 조선 시대의 신분제·직업 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실험하려는 전환점을 상징합니다. 즉, 이 장면에서의 ‘거적’은 스스로를 낮추어 현실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의지이자, 사회 통념을 깨는 도전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해석 가능성 중에서도, 본문의 맥락을 고려할 때 가장 핵심적인 의미는 3번 하나로 좁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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