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문장들
사람은 과연 혼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특히나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를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일 때 가끔은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김 대리, 이거 한 번 검토 좀 해줄래요?” 이 한마디가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눈 앞에 컴퓨터만 부여잡고서 나 스스로 팩트 체크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해야 할 때가 많다. 100퍼센트 옳지는 않더라도 나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안정이라도 얻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점심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렇게나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곤욕, 딱히 공통 주제가 없는데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공유 오피스에서 홀로 밥을 먹어야 할 때마다 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먹방을 보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피드백해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나와 함께 밥을 먹어줄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 말이다.
그런데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이다. 다시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고마움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아닌 듯하다. 분명 상대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막상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게 될 때 내가 받게 될 마음의 상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전히 직장 내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한 선택 장애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그러한 고민을 숱하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 가지 더 직장인일 때의 고충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고충부터 떠오르는 것을 보니 가끔은 직장인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까 싶다. 그래도 몇 가지 정리해보자. 우선 만원버스와 지옥철과 같은 출퇴근 시간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정해진 출퇴근이 없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 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돌아서 생각해 보면 늘 불안한 통장 잔고 상황이 떠오른다. 더불어 직장인에게는 대출이 잘된다는 점에서도 나는 다시금 ‘가끔은 직장인’이라는 단어를 입속에서 구시렁거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대출 문제로 곤혹을 치렀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하며 이분법적인 사고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직장인이 되고 싶기도 하고, 아주 자주는 프리랜서로 남는 편이 나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통장 잔고의 아쉬움은 아껴 쓰는 것으로 대처하고 대출은 대출은 대출은… 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려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이 필요하다면 그냥 빨리 담당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그만인 것을 괜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점심시간의 외로움?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싶겠지만 공유 오피스의 캠페인 문구를 보면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러분 옆에 함께하는 분들이 여러분의 친구’라고 했으니 오늘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렇게 그렇게 나의 현실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과거에 집착하거나 되지 않을 일에 매달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 함께 먹을 사람이 없는데 어쩌지. 그냥 굶고 저녁시간을 공략해야 하나. 그렇게 일이나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을 보니 우리에게는 직장인 DNA가 어떻게든 남아 있나 보다. 다시금 일에 몰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