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법>
<기억의 문법>
지은이 : 박민혁
출판사 : 에피케
� 1) 첫인상 — 기억은 설명이 아니라, 남아 있는 방식
이 책은 기억을 ‘정리’하기보다, 기억이 사람 안에 어떻게 남아 삶을 움직이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사랑과 성장, 상처와 번아웃, 가족과 양육 같은 삶의 층위들이 ‘관찰의 언어’로 겹겹이 쌓여서, 읽는 동안 내 안의 오래된 장면까지 같이 떠오르게 한다.
� 2) 감성 포인트 — 사랑이 ‘구원’이 되는 순간들
이 에세이는 첫 만남부터 결혼, 육아,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현재까지의 시간을 따라간다. 거창한 사건보다, 관계가 버텨낸 시간의 결이 남는다. 특히 “사랑은 때로,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구한다”는 톤이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 읽힌다.
� 3) 에세이의 색 — 러브스토리이되, 러브스토리만은 아닌...
분명 ‘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랑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결국 가족이라는 형태로 굳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처·번아웃·양육의 현실까지 함께 적어 내려간 ‘자전적 에세이’로 소개된다.
♥️ 4) 이런 날에 잘 맞는 책
ㅡ 마음이 자꾸 과거로 되감기는 날
ㅡ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지” 묻고 싶은 날
ㅡ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생활’로 배우고 싶은 날
ㅡ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다시 읽고 싶은 날
☎️ 5) 이 책은 바로
ㅡ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를 바꾸는 방식으로 남는다.
ㅡ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끝내 서로를 생활로 지켜내는 일.
ㅡ 내가 잊었다고 믿었던 장면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시 문장이 됐다.
별 생각 없이 따서 마신 닥터페퍼였다. 탄산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올라오고, 체리 향이 스치듯 지나간다. 처음엔 달고, 곧 쌉싸름하고, 마지막엔 묘하게 남는다. 그 한 캔을 다 비울 때까지, 나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책은 40대 후반의 내가 굳이 꺼내지 않으려 했던 기억들을 크게 흔들지 않고, 조용히 옆에 앉혀 둔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정리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그때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닥터페퍼가 콜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무언가도 아닌 것처럼 이 에세이의 감정도 과하지 않다. 젊은 날의 사랑을 미화하지 않고, 가족이라는 이름을 쉽게 찬양하지도 않는다. 버텨온 시간, 지나온 생활, 남아버린 기억들. 그게 전부라는 듯 담담하다.
캔을 입에 대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언제 다 마셨지?’ 싶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좋았다는 감정도, 울컥했다는 말도 필요 없었다. 그냥 다 읽고, 다 마셨다.
이 책은 천천히 음미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대신, 아무 생각 없이 곁에 두게 만든다. 지금의 닥터페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