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냥이와 함께 사는 싱글남의 대범한 레알 도전기
솔직히 이렇게나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주위에서도 처음엔,
"혼자 사는 놈이라 고양이 키우는 건 알겠는데,
결혼은 언제 하려고?" 하는 속없는 오지랖부터
"어머,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대요?
꼭 구경 가고 싶네요. 근데... 아 맞다. 혼자 사시니
가진 못하겠다, 호호." 하는 약간 무섭게만 느껴지는
관심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때는 한 마리뿐이었다.
사람도 혼자가 외롭고,
어떤 책에서는 카피도'
"하나보다 둘이 좋은 63가지 이유"라고 말하는데
냥이들이라고 혼자 노는 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순전히 인간이 잘못 알고 있는 오만함이요, 거짓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결정했다.
실버그레이 빛깔로 반짝이는 녀석의 친구,
터키쉬 앙고라 봄이가 왔다.
봄이는 당시 8개월이었는데
우리집이 네번째라고 했다.
무슨 일에서인지 워낙 조용한 녀석인데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파양이 이어졌다.
그런데 봄이의 도톰한 손을 내가 덥석 잡았다.
봄이는 개냥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날 어지간히 비벼댄다.
어쩔 땐 개가 아닌가 싶다.
이 상황까지 도달하니,
주변의 반응이 한층 달라졌다.
"두 마리를 어떻게 키우세요. 대단하시다."
"결혼은 진짜 언제 하시려고 그러세요."
(마흔에 가까워지는 싱글이 되다보니 뭘 해도 그노무
결혼 얘기다. 앞으로도 펼쳐질 많은 에피소드에 등장할 오지라퍼의 50%는 결혼 얘기다. 지겹다 지겨워)
그래도 난 좋다.
TV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라디오를 주로 켜고서 음악 감상에 사람들 사는 이야기 감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요즘은 따듯한 온기를 느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잠들면 발밑에서 곤히 함께 잠드는
러시안블루 손발이와 터키쉬앙고라 봄이.
살랑살랑 흔들어주는 장난감 낚싯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지치면 저기 구석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자는 모습.
나 홀로 이용하던 이 공간.
나이듦이 흉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은 바로 내가 돌보아줄 상대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다.
선택은 책임감을 낳고, 책임감은 다시금 인내를 낳더라.
말하지 못하는 녀석들이지만 나와 교감하는.바가 있겠지?
물론 그러니까 내가 대문 열고 들어왔을 때 반가워하며 뛰쳐나오지.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라.
여기 또 속아넘어가는 사람 있네.
걔네들은 밥 먹을 때가 되니 밥 달라고 덤벼드 거야.
진실은 그 녀석들밖에 모르지만
물론 내가 묻는다고 답해줄 녀석들도 아니지만
난 생각한다.
'나 홀로 살아온 공간에 다른 무엇인가 공유하고 있음에 대한 불편함을. 하지만 그 불편함은 아무것도 없는.것보다는 충분히 나눌 가치가 있다는.것을.'
그 녀석들은 나에 대한 배려심이 별로 없겠지만
난 나보다 자그마하고 나보다 연약한 녀삭들을 보며 배려라는 마음가짐을.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녀석들 밥부터 주고 내가 밥을 먹고,
녀석들 간식을 주고 내가 과자를 먹고...
동물에게도 이심전심이 통하는지,
멍하니 라디오를 듣던 중
한 녀석이 무릎 위로 서걱서걱 다가와 털썩 앉는다.
그러고는.잠든다.
서른을 마무리하며 난 깨달음이 많아진다.
지혜는.이렇게 쌓여가는구나.
- To Be Continued with an episode on 지젤이 & 꼬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