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깨 힘 좀 빼고 시작합시다

인정받는 미생의 디테일한 습관

by Jeremy

대리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셨나보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는데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아니다. 혹시 밤샘 근무를 한 것일까? 사무실 천장에 이미 불이 들어왔는데 책상 스탠드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잘 모르는 척 비켜 지나갔다.


팀 전체를 지치게 해온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단계이긴 해도 여전히 적색경보는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난히 대리님이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아니면 편집증이 있는 것처럼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평소에 그렇게 일 중독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큰일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혹시, 승진과 연관이 되어 있는 프로젝트란 말인가. 여전히 신입인 내가 더 알 수도 없을뿐더러 더 알 필요도 없긴 하겠지만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커피라도 한잔 갖다드릴까 싶어서 슬쩍 옆으로 다가갔다. “대리님, 커피 한잔하시겠어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잠시 이러고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져 온 과다 근무라 상태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데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완전히 방전되다 못해 번아웃이 되어 세상만사 다 귀찮은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럴 때는 가만히 두는 것이 상책일 듯싶었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보면 다들 밤을 새면서 일을 진척시키는 와중에 유난히 늦게까지 남아서 무엇인가를 하는 친구. 학점에 대한 압박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성격 때문일까 알 수는 없지만 뭔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진행할 것은 진행해야 하는데 끝까지 붙들고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안 되는 것은 그냥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야 할 텐데 말이다.




대리님이 그런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서 뭔가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 계속 붙들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곤 했다. 과장님이 워낙 말수가 없어서 진행사항을 바로바로 체크하지 못해 더욱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뭔가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생각 이상으로 많이 맡았을 수도 있다. 즉,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서 시작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자신이 맡은 바에서 온전한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돋보일 수 있을 텐데 하는 나만의 판단이 퍼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에 반해 선배는 눈치껏 일을 잘 처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할 때는 하면서 적당히 쉴 때는 쉬는, 학교 다닐 때 보면 정말 공부 잘하는 전교 1등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이사이에 과장님이 약간은 귀찮아하실 정도로 업무 진행상황을 전달하고, 함께 공유하며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올리듯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대리님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계속 책상 앞에 앉아 계시기는 한데. 일이 훨씬 많은 것일까? 아니면 일의 난이도가 어마어마한 것일까? 선배는 아주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거 같진 않은데 말이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나의 퇴근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여유로웠다. 다들 너무 늦게까지 내가 남아 있을까봐 배려하는 인상마저 들었다.


“어서 들어가. 내일도 할 일 많을 텐데.” “아직은 늦게까지 남아봐야 딱히 할 일이 없을 텐데 푹 쉬다 출근하는 게 훨씬 낫겠지. 그런데 지각은 안 돼. 요새 너무 간당간당하게 출근하잖아. 처음부터 그랬던 거 같기는 한데. 그건 안 돼, 자네.”




뭔가 일상적인 잔소리가 되어버린 출근 시간 이야기이긴 하지만 퇴근에 대한 배려가 있어서인지 굳이 상처가 되진 않았다. 사실 조금만, 아니 5분만 더 일찍 움직이면 되는데 말이다. 그게 참 잘 안 되는 것이 신기했다. 벌써 출근한 지 몇 달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습관이란 것이 참 중요한가보다. 시작이 반일 테니 그때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분만 더 이불을 시원하게 박차고 나오는 연습을 했어야 하는데 그 5분 동안 이불 안에서 꾸물거리는 습관이 굳어졌으니 자꾸 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일부터는 좀 더 신경 써야지. 요즘처럼 정신없이 일이 진행될 때는 꼬투리 잡힐 행동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대리님은 몇 날 며칠 그렇게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딱히 물리적으로 힘을 준 것은 아니었을 텐데 스스로가 그속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조금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몰아칠 것은 몰아치는 것이 현명할 텐데 말이다. 뭐가 아쉬워서, 아니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서 이렇게 잠시 잠깐 멈추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는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회사 건물 밖을 나와 뒤돌아서 위를 올려다보니 우리 팀 창문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다. 그런데 우리 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건너 건너 몇몇 창문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꼭 미술 작품처럼 규칙적인 패턴으로 불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들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할까. 그리고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다들 서로를 만나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직장생활자이자 봉급생활자의 하루는 조금씩 끝나가고 있었다. 과장님이든, 대리님이든, 선배든 모두에게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져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다들 효율적으로 시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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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일정표에 적힌 우선순위가 아니라 당신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 스티븐 코비


전 세계 4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300만 한국 독자의 삶을 변화시킨 성공학의 교과서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그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7가지 습관을 <포춘> 선정 500대 초일류기업 가운데 460여 개 기업에 적용하여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하였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승-승을 생각하라’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내라’ ‘끊임없이 쇄신하라’라는 7가지 습관은 테크닉 위주의 자기계발서들의 범람 속에서 단연 빛나는 원칙 중심의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자기계발의 명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버드대 MBA와 브리검영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IBM, AT&T 등의 기업에서 경영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1983년 코비리더십센터를 설립해 성공하는 삶과 기업 경영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벌여왔다. 그의 책 및 강연은 너무나도 단순한 가르침으로 귀결된다. 바로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 그는 자기계발의 핵심 원칙을 설명하고 있으며, 더불어 혁신적인 시간관리를 이야기하는 ‘First Things First’ 즉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라는 의미를 전 세계에 설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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