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중 가장 길게 공식적인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은 역시나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기본적으로 팀장님을 중심으로 모두 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점심시간은 메뉴는 암묵적으로 신입사원이 체크를 하게 된다. ‘나’는 굳이 먹고 싶지 않은 메뉴를 팀장님이 정했다는 이유로 먹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 게다가 테이블 위에 수저도 놓아야 하고, 물도 따라야 하고, 반찬이 부족하면 직접 리필도 해야 하고, 팀장님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밥을 먹는 건지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예전 직장문화에서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만 했다. 신입사원은 업무를 배우기 전에 점심시간 준비부터 배워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났다. 서로 노력을 해야 하고,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회사 내 ‘갑질’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무조건 거절하는 것은 경제적 공동체인 회사 내에서 마이너스일 뿐이다.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시간으로 만드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은 정확하면서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하며, 직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1) 올바른 예시
팀장: 점심 때 얼큰한 것을 먹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신입: 팀장님, 이번 프로젝트 관련하여 점심시간에 직무 수업 들어야 할 것이 있어서 전 가볍게 사무실에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팀장: 그래? 그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힘써주게.
신입: 네 알겠습니다.
2) 잘못된 예시
팀장: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난 어제 과음해서 시원한 거 먹어야겠어.
신입: 팀장님,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굳이 시원한 거 먹고 싶지가 않습니다.
팀장: 같이 먹고 싶지 않다는 거군, 알겠네. 다른 직원들이랑 가겠네.
신입: 저는 혼자 점심 먹고 오겠습니다.
회사는 내가 돈 내고 다니는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라면 같이 먹기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와 매너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회사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회사는 분명 경제적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였을 때 사무실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조금 더 실질적인 비즈니스 팁들이 오고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점심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고, 평소 내성적이어서 혼자가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워라밸을 직장 내에서도 맞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Work and Life Balance’는 퇴근 시간 이후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근무시간에도 충분히 균형 잡힌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신입사원으로만 근무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리더의 길을 걸어야 할 텐데, 팀장 및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점심시간, 조금 더 확장하여 회식까지 귀찮고 힘들기만 한 꼰대문화가 절대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직장생활의 다양한 팁과 함께 리더가 되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혜롭게 의견을 제시해서 조금씩 고쳐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존은 점심시간이 없다. 점심시간 즈음해서 배가 고프면 알아서 식사를 한다. 자리에 앉아 일하면서 식사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흔하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오후 2~3시가 넘어 겨우 짬을 내어 혼자 식사는 경우도 많지만, 점심을 거르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점심을 가볍게 때우면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업무강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오전 11시 30분 정도부터 점심식사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줄 서기가 싫어서 11시 40분 정도부터 식당으로 향하기도 한다. 식사 후 테이크아웃 커피는 기본. 그러다 보면 오후 1시에 다다른다. 결국 하루 일과 중 20~30%는 점심시간을 보내느라 집중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야근은 기본이 되어버렸다. 오죽 했으면 주 52시간 근무를 법으로 정해야 했을까. 하지만 아마존은 워낙 일의 양이 많다보니 조금이라도 일과가 늘어지면 제때 퇴근하기가 힘들다. 자리도 뜨지 못하고 책상 위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이유와 함께 제때 퇴근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효율적인 근무환경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국내에도 많아졌다.
더불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피자 두 판의 법칙’을 주장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는데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최적의 법칙을 고안한 것이다. 피자 라지사이즈 두 판을 나누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인원수가 팀 숫자가 되었을 때 가장 소통이 잘된다는 법칙이다. 당신이 피자 두 판을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멤버에 들지 못했을 때 소통하지 못해 받게 되는 패널티는 본인의 몫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혼자 점심을 먹겠다고 갑작스레 폭탄선언을 해버린 신입사원. 팀장님의 마음은 어떨까?
① 오호라 자기계발을 하겠다는 건가요? 회사에 큰 도움이 되겠어.
② 역시 밀레니얼 세대는 똑부러지는 면이 있어.
③ 뭐지, 이 상황은.

출간도서 리스트
<라떼는 말이야> 어느 90년생의 직장생활 1년 보고서
<쓸데없이 열심입니다> 취미가 취미인 취미 수집가의 집념의 취미생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