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고 수평적인 소통체계를 위해 호칭을 없애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책을 전체 한 가지로 통일한다던가, ‘~님’, ‘~씨’ 등으로 표현하는 파격적인 기업들도 있다. 한글 이름은 수직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어려움 때문에 영어 이름을 하나씩 갖는 경우도 있다. 부장, 팀장, 과장, 대리에서 재닛, 릴리, 제임스, 제러미로 부른다는 것이다. 호칭 하나 바꿨을 뿐인데 경직된 팀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기업은 1차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시도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상호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즉 소통과 예절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뜻.
학교, 동호회, 친척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이유로 격이 없게 지내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를 처음 방문한 신입사원 김윤호 씨.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더불어 동네에서 운동하고 스트레스까지 날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동호회에는 기획2팀에 장순철 과장이 1년 전부터 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운동 후 뒤풀이 자리에서 말을 편하게 놓으라는 장 과장의 배려로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음 날, 우연히 복도를 지나치다가 장 과장을 만난 김윤호 씨. 반가운 마음에 “형, 어디 가세요.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장순철 과정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바로 이어서 장 과장은 김윤호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 여기는 회사라는 거 모르나. 기본이 안 되어 있군. 모임에서 딱히 아는 척하지 않는 게 좋겠네.” 김윤호 씨는 어리둥절했다. ‘뭐가 잘못되었던 걸까. 아무도 본 사람도 없는데 왜 그게 문제인 거지.’
호칭은 직급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예의를 갖추어 사용해야 한다.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예의 없이 함부로 반말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선배나 상급자의 경우 ‘성’, ‘전체 이름’에 ‘~님’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직급을 함께 부르는 요령도 필요하다. ‘장순철 과장님’, ‘장 과장님’ 등으로 불러야 할 것.
특정 직급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명이거나 사무실 내에서 한 명인 경우는 직급에 ‘~님’을 붙이는 것이 좋다. 사장, 회장 등의 경우,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개를 하지 않는 이상, 보통 ‘OOO 사장님’, ‘XXX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사장님’, ‘회장님’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입사 시기가 비슷한 경우, 직급이 없어도 자신보다 먼저 입사하였다면 당연히 ‘선배’ 또는 ‘AA 선배님’ 등으로 불러야 한다. 최근에는 대학 시절,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사가 자신보다 늦어도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때도 당연히 회사에서는 ‘선배’,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다고 해서 함부로 이름을 부르거나 “야”, “BB야”라고 불러선 안 된다. 회사는 지극히 공적인 비즈니스 공간이다. “XX씨”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더 윗사람을 호칭해야 할 때는 난감한 경우가 있다. 이중 높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한덕만 씨는 김 대리의 보고서를 최 과장에게 전해줄 일이 있었다. “과장님, 김 대리님 보고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최 과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한덕만 씨, 더 윗사람에게 호칭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김 대리가 나보다 아랫사람이니 ‘과장님, 김 대리 보고서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거예요.”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여전히 어색하긴 한 느낌이다.
귀하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지 않기로 발표해도 괜찮습니다.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지 않기로 발표해도 괜찮습니다.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시지 않기로 발표해도 괜찮습니다.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시지 않으시기로 발표해도 괜찮습니다.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시지 않으시기로 발표하셔도 괜찮습니다.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시지 않으시기로 발표하셔도 괜찮으십니다.
위 문장 중 올바른 존댓말의 사용은 몇 번일까. 국립국어원은 위 여섯 문장이 아니라 ‘귀하께서는 오늘 행사에 함께하지 않기로 발표하셔도 괜찮습니다’라는 문장이 옳다고 제시한다.
용언이 여러 개가 함께 사용될 경우 문장 제일 마지막 용언에 높임의 어미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지나치게 모든 동사에 높임의 어미를 사용하는 커피숍이나 백화점 직원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올바른 국어 사용법이 아니다.
브레인스토밍 중 김 대리의 의견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신입사원이지만 의견을 내어보려고 한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① 김 대리님의 의견이 충분히 일리가 있으시지만, 제 생각으로는 문제가 많으시다고 생각하십니다.
② 대리님 의견은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③ 김 대리,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나. 당장 때려치우게.
*** 출간도서 목록 ***
라떼는 말이야 (어느 90년생의 직장생활 1년 보고서)
쓸데없이 열심입니다 (취미가 취미인 취미 수집가의 집념의 취미생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