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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Oct 31. 2021

과학은 항상 옳지만 가끔은 MBTI도 괜찮잖아!?

어느 과학소년의 말 못 할 고민

정작 잡지사 다닐 때는 잡지를 보지 않았지만, 근래 정기 구독 중인 잡지가 세 개 있습니다. <DBR>(Dong-a Business Review), <시사IN> 그리고 <스켑틱>(Skeptic)이 그것입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점을 선으로 잇는 작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과거에 했던 일을 놓치지 않고 직장인으로서 내가 그리는 미래를 준비한다고 할까요. 잡지사 기자 출신에 시사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어느 정도 조직 관리에 관여하는 상황이라 위 잡지들을 구몬 학습지처럼 처리하고 있습니다. <시사IN>과 <DBR>은 각각 노동자 입장에서, 사용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거리를 줘 균형감각을 찾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가장 읽기 괴로운 건 <스켑틱>입니다. 이 잡지는 제목처럼 끝없는 회의적 사고를 통해 건전한 과학 지식을 쌓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소개도 어려운데 내용은 말 안 해도 아실 거예요, 어떤 내용은 내가 뭘 읽고 있는 거지 현타가 올 정도니까요.


평소 입버릇처럼 과학을 믿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엔 백신 접종과 관련 온갖 미신이 돌 때 자주 활용했습니다. 백신 맞았더니 뫄뫄, 뫄뫄, 뫄뫄뫄 이런 식의 말이 많았잖아요, 과학소년으로서 참기 힘든 시절입니다.


그런데 웬걸, 최근 MBTI에 빠져 버렸습니다. 평소 혈액형이며 별자리를 조롱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디 가서 말하기 민망한 상황인 거죠. 검사 결과, INFJ라는데 이게 내 성격이란 너무 딱 들어맞는 겁니다. 그 후로 찾아본 유튜브 영상이 몇 갠지! INFJ 관련 영상 없는 하루가 언젠지!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 읽다 위로받아 버린다니까요.


솔직히 전 세계 사람을 16가지 타입으로 구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냉정하게 보면,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틀리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내용입니다. 근데 그 일부 내용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는 말입니다. 그런 마음 있잖아요, 다들 본인은 세상 유일하다고 믿고 싶지만, 정작 나만 그런가 생각하면 쓸쓸한. 딱 그 꼴이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사람들한테 MBTI 뭐냐는 말이 목까지 차올라 곤란하곤 합니다. <스켑틱> 손에 들고 MBTI를 묻는 과학소년이라니. 심각할 필요 없이 숨어 듣는 명곡이라던가 길티플레져, 치팅데이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위로받은 건 사실이니까. 


과학이 옳더라도 MBTI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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