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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Dec 12. 2021

적당량의 우울감은 인생에 도움이 된다

모두 건강합시다.


술을 좋아합니다. 술 약속이 없을 땐 혼자서 마실 정도입니다. 때문에 숙취는 다반사로 겪고 있고요, 낮엔 술기운에 죽겠다가도 퇴근 시간만 되면 다시 술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변태적 기질의 발현일까요, 최근에는 숙취 후 찾아오는 적당량의 우울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우울감은 일종의 '스프링 효과' 때문에 발생한다는데요, 술 마실 때 들뜬 기분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기분의 낙차가 원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엔 과음한 다음 날 점심 먹은 이후가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유쾌한 감정은 아니지만,  순간즐긴다고 말하는  그때의 생각들 때문입니다. 뭐랄까,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  생각이 떠도는 와중에 평소 떠올릴  없는 아이디어가 나온달까요. 실제로 그때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메모해두는데 이를   때나 일상에서 드립(!)   활용하곤 합니다. 다만, 괴로운 것은 배설에 가까운 생각을 맨정신에 마주하는 겁니다. 분리수거가 필요한 이유겠죠.


인생의 변곡점은 항상 우울했던 시기에 찾아왔던 거 같아요. 가령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시절에는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기력함을 등에 지고 살았었는데요, 사람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빈 시간을 영화나 음악으로 채웠습니다. 그것마저 지겨우면, 정말 할 게 없으면 수능 특강을 들었는데 그것들이 도움이 될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또 한 번은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고 될대로 되라고 되라고 해 퇴사를 했는데요, 오히려 그때 느낀 여러 고민들이 인생의 또 다른 변화와 기회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우울감에 압도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요. 다행인 건 비슷한 감정을 겪을 때 쌓은 작은 승리들이 가라앉은 기분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 그랬듯이 말입니다. 일종의 '역스프링 효과'라고 할까요.


더 이상 보탤 말이 없는 걸 보니 작은 우울함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네, 술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내일의 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바라며.


모두 적당히 우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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