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달프를 우러러 보는 프로도의 심정입니다.
거대한 어른을 만났습니다. 몸집이 거대한 게 아니고요, 생각이 거대했습니다. 마침 스승의 날이 가까웠던 건 운명일까요. 정말 스승이 돼 달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손흥민처럼 무릎으로 슬라이딩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지금까지 많은 어른과 대화를 나눠봤지만, 젊은 세대(?)를 존중하는 느낌을 받은 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어른들은 말이죠.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나열하고 거기에 대해 어떤 리액션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 어른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겠죠. 간달프를 우러러 보는 프로도의 심정이었습니다.
어느덧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그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본인이 모르는 분야에 젊은 친구들을 만나 경청하고 공부하고 시간을 공유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뒤에 남는 여운이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니 참 놀라운 일입니다.
나도 거대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곱씹어봐도 자신이 없습니다. 어른이 되는 건 그저 나이듦이 아닌 직장인으로서는 자신의 쓰임에 대한 증명,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견뎌내야 할 책임, 인간 개인으로서는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 등 끊임없는 수련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비보이 크루의 경연 프로그램인 <쇼다운>을 즐겨보는데요, 각 크루의 에이스는 신체적 전성기가 훌쩍 지난 30대 후반입니다. 그들은 그저 나이가 많아서 에이스가 된 게 아니고요, 여전히 씬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당장 유튜브에 홍텐, 윙, 피직스, 쇼리포스, 너리원을 검색해보시라니까요. 내일모레 마흔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요.
어쩌면 지나치게 상업성이 없는 씬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팬으로서는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들의 존재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축복일지.
나도 거대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걷다 보면, 걷다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