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_Part 2. 난 너를 위한 사람이야
출근 첫날, 유난히 바람이 차가웠다.
머리카락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냉기가 내 감각을 더 예민하게 깨웠다.
나는 손에 든 출입증을 바라보며 미묘하게 웃었다.
이 작은 카드 하나가 앞으로 내 모든 움직임을 정당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사람들은 처음엔 누구나 친절하다.
특히 새로 온 직원을 대할 때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첫날만큼은 조용히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말보다 ‘표정’,
표정보다 ‘기류’,
기류보다 ‘눈빛’.
눈빛은 그 사람의 약점을 가장 빨리 노출시키니까.
오전 회의실 문을 열자,
팀장이 먼저 일어나 맞이했다.
“J님! 첫날이라 정신 없으시죠? 자리 안내해드릴게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일정했다.
흔들림이 거의 없는 톤.
그 말투를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이 팀장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타입이겠군.’
겉보기엔 부드럽지만,
자기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로 차갑게 변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중심축으로 놓고 세상을 재단한다.
그러나 문제될 건 없다.
나는 이런 유형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
조금만 ‘맞춰주면’ 금방 틈이 생기고,
그 틈을 이용해 흐름을 내가 가져오면 된다.
팀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향했다.
L.
밝았다.
너무 밝았다.
햇빛처럼 빠르게 사람에게 다가가고
수줍음 없이 웃고 작은 말에도 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은…
예상보다 쉽게 금이 간다.
나는 그녀에게 일부러 조금 과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J님,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기대돼요!”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오히려 나를 조금 질리게 만들었다.
‘저런 사람은… 금방 지친다.
그리고 지치는 순간,
어디에 기대야 할지 몰라 헤매기 시작하지.’
그리고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첫날 내내 팀장은 나에게 꼼꼼하게 안내를 해줬다.
그러나 그의 친절함 속에 아주 작은 경계가 계속 보였다.
그는 웃으면서도
내가 지나가는 걸음,
문서에 적은 작은 메모,
팀원들과 나누는 대화까지
뭔가 세세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를 아직 판단하지 못한 거지.’
그럴수록 나는 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조금 순한 척도 하고, 조금 과하게 협조적이기도 하고.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내가 먼저 다가가 줄수록안심하면서 경계를 내려놓는다.
점심시간이 되자 팀원들이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 길에 L이 종종걸음으로 내 옆을 따라오며 말했다.
“J님, 혹시 이따 오후에 시간되시면
제가 팀에서 하고 있던 자료들 간단히 공유해드릴게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고마워요, L씨.”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L은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쪽으로 빨리 움직일 수 있겠어.’
그녀의 친근함은 어느 순간 ‘의존’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 번 의존이 생기면, 그 사람은 절대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사람을 아주…
효율적으로 다뤄왔다.
하루 종일 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나는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조용하고 침착한 느낌의 표정.
누가 봐도 새 직장에서 적응하려고 애쓰는 평범한 ‘좋은 동료’였다.
누가 알겠는가.
내가 지금 이미 모든 사람의 표정, 말투, 반응,
심지어 숨 쉬는 간격까지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록들은
조만간 모두에게…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후 팀장이 보낸 단 한 줄의 메시지가
어쩐지 내 마음에 하나의 미세한 흠집을 남겼다.
“J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천천히 적응하시면 됩니다.”
겉보기엔 친절한 말.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선을 느꼈다.
‘아직은… 당신을 내 방식으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어요.’
그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내려놓으며 그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
그도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만든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 팀장은 모를 뿐이다.
밝고 선명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이 깨져내리는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