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_ Part 3. 웃음의 의미
새 팀에서의 둘째 날, 여전히 사람들의 표정은 나를 향해 열려 있었다.
새로 온 사람에게 보이는 과도한 친절은 그 자체로 너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 친절은 내게 ‘시간’을 벌어주고 ‘정보’를 제공하며 ‘틈’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나는 첫날의 관찰을 떠올렸다.
특히 L의 눈빛.투명했다.
너무 투명해서 쉽게 흐려지고, 흐려진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L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J님! 혹시 어제 말씀드린 자료 공유 지금 괜찮으세요?”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던 내 손이 잠시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요. 와요. 같이 볼까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옆에 앉았다.
나는 문서를 펼쳐보며 말없이 L의 손끝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다.
작은 긴장,
작은 설렘,
그리고 작은 두려움.
그런 감정이 섞여 있는 사람은 예상보다 너무 쉽게 휘어진다.
L은 설명을 이어갔다.
“이 부분은 제가 맡아서 하고 있고요, 여긴 아직 좀 어려워서 J님이 오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음.”
나는 그녀의 말투 속 미묘한 의존의 기운을 느꼈다.
사람들은 ‘부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기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그 ‘첫 의존’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하고 있어요, L님.”
그 말 한 줄에 그녀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톡’ 하고 풀어졌다.
칭찬은 양날의 검이다.
그들은 자신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순간부터 인정받기 위해 나를 더 바라보기 시작한다.
잠시 후, 팀장이 지나가다가 우리 쪽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J님, 적응 잘하고 계시죠? L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말투 자체엔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그는 L에게도 나에게도 특별한 감정 없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그는 아직도 나를 ‘팀의 새로운 구성원’정도로만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내가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고, 얼마나 정확하게 관찰하고 있고,
얼마나 쉽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른다.
하지만…
모르게 둬야 한다.
조금 더.
오후에 L은 다시 나를 불렀다.
“J님, 이 문장 느낌이 애매한데... 혹시 이렇게 바꾸면 더 괜찮을까요?”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물었다.
그 순진한 표정이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나는 그녀가 들고 온 문서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괜찮긴 한데, 조금 더 다듬으면 좋을 수도 있겠네요.”
L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흔들림을 아주 정확하게 잡아냈다.
“근데 괜찮아요. 조금 어려울 수 있죠.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의 얼굴은 안도했지만, 방금 전 느낀 그 미세한 불안은 틀림없이
그녀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홈으로 남았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원래 그렇게 금이 간다.
소리를 내지도 않고 아주 천천히.
퇴근길, 나는 L과 계단에서 마주쳤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J님!”
여전히 밝은 웃음.
하지만 나는 그 웃음 뒤에 아주 미세한 ‘기대감’이 섞여 있는 걸 들었다.
그 기대감은 조만간 ‘J님이 없으면 불안해요’로 변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노리는 감정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중 문득 L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 L. 금이 한 번 가기 시작하면 그건 결국 깨지는 거니까.”
그리고 그 깨지는 순간,
그 파편은 보통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꽂히는 법이다.
다음 날, L이 아침부터 부쩍 조용해져 있었다.
눈 밑이 조금 붉었고, 말끝이 자꾸 흐려졌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어젯밤에 울었구나.’
그리고 그런 변화는 내게 불편함이 아닌, 아주 달콤한 신호였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