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4. 같은 말을 두번 하는 사람
의심은 늘 사람을 통해 온다.
그날도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
회의 하나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는 길에 다른 팀 팀장이 나를 불러 세웠다.
“팀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형식적인 안부였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다들 그렇죠.”
그 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혹시 J님... 요즘도 괜찮으세요?”
나는 그 질문이 조금 뜻밖이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 아니요. 그냥... 요즘 팀원들 사이에서 조금 힘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그 말이 끝났을 때 내 머릿속에 짧은 공백이 생겼다.
힘들어 보인다?
J가?
내가 아는 J는 달랐다.
나에게 J는 늘 안정적이었다.
“팀장님, 회사가 너무 좋아요.”
“저는 여기 오래 다니고 싶어요.”
“이 팀에서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 말들은 언제나 또렷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팀장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는데요.”
그러자 그 팀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팀장님께는 안 하셨을 수도 있죠.”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그날 이후 나는 귀를 조금 더 열어두기 시작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여러 사람들의 말이 겹치기 시작했다.
“J님이 요즘 회사 수준 얘기를 자주 하세요.”
“본인이 여기랑은 안 맞는 것 같다고...”
“자기는 더 큰 데서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왜 나에게는 말하지 않을까.
며칠 뒤, J와 단둘이 면담을 했다.
업무 이야기였다.
나는 일부러 분위기를 풀듯 가볍게 물었다.
“J님, 요즘 힘든 점은 없으세요?”
J는 아주 자연스럽게 웃었다.
“아니요, 팀장님. 저는 정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표정도, 말투도 흔들림이 없었다.
“회사도 좋고요. 이 팀도 너무 좋고요. 솔직히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하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공허하게 들렸다.
왜일까.
그날 저녁, L의 얼굴이 떠올랐다.
회의 때 말이 줄어든 얼굴, 피드백을 받으면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먼저 보는 표정.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말 속에서 흘러나온 J의 또 다른 얼굴.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J는 나에게는 안정과 충성을, 팀원들에게는 불안과 우월감을 각각 다른 얼굴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이 단어를 떠올렸다.
이중성.
그리고 그 이중성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에 가까웠다.
위에서는 의심받지 않도록,
아래에서는 영향력을 만들도록.
그 구조 안에서 L은 점점 말을 잃고 있었다.
그날 나는 다시 한 줄을 메모했다.
‘J는 위와 아래에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음. 팀원들에게는 불안을, 나에게는 안정감을 줌.’
이제 더 이상 느낌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확신은 있었지만 증거는 없었고, 증거는 없지만 이미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서 J는 아주 침착하게 자기 자리를 넓히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