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5. 안쪽으로 접힌 사람
그날 이후 나는 L을 조금 더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아주 노골적으로가 아니라,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 더 자주 시선을 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
예전의 L은 회의실에서 자리를 고를 때 늘 자유로웠다.
누구 옆이든 상관없이 앉았고, 다른 팀 팀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섞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L은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항상 J 옆, 혹은 J가 있는 쪽.
회의가 끝나고 이동할 때도 그랬다.
다른 팀원이 말을 걸어도 잠깐 웃고는 다시 J 쪽으로 돌아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있는 사람처럼.
처음엔 단순히 친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팀 안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그 친밀함에는 묘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L은 J를 볼 때마다 미세하게 어깨를 굳혔고, J가 말을 걸면 반 박자 빠르게 반응했다.
너무 빠르게.
결정적인 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그날은 여러 팀이 함께 외부식당을 가는 날이었다.
나는 뒤에서 사람들의 흐름을 보며 걸었다.
L은 처음에는 다른 팀원들과 섞여 있었다.
그런데 J가 나타나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옮겼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니고, 눈짓 하나 없었는데도.
그 장면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그날 오후, 나는 일부러 L에게 말을 걸었다.
“L님, 요즘 괜찮으세요?”
아주 가볍게, 부담 없는 톤으로.
L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번 훑어본 뒤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네, 팀장님. 괜찮아요.”
그 웃음은 익숙한 L의 웃음이 아니었다.
조금 얇았고, 조금 빨랐고, 조금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순간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날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가 L의 말을 대신하고 있는 건 아닐까.
L이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게 만들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며칠 뒤,
J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팀장님, L님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요.”
나는 그 말에 순간 숨이 막혔다.
“그래서 제가 좀 더 챙기고 있어요.”
“아직 사회 초년생이잖아요.”
그 말은 너무 그럴듯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은 후 내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왜냐하면 L이 힘들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이 항상 J였기 때문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나는 한동안 노트북을 켜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같은 질문만 맴돌았다.
이건 보호일까, 통제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차마 누구에게도 묻지 못한 채 내 안에서만 자라났다.
며칠 후, L은 더 이상 다른 팀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회의 중에 의견을 묻으면 J를 먼저 바라봤고, J가 고개를 끄덕여야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L은 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J 안에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L은 보호받고 있는 게 아니다.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그 문장을 적고도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었고, 확신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그리고 그 틈에서 J는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L이 완전히 안쪽으로 접힌 그 순간부터.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