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3. 고립은 늘 조용히 완성된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조직 안에서의 고립은 더 그렇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L이 다른 팀과 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어긋났을 수도 있고, 업무가 많아 늦게 내려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반복이 잦았다.
L은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J, JD, H와 함께.
자리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자리가 고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의 L은 달랐다.
오늘은 디자인팀 옆에, 내일은 다른 팀 신입 옆에 앉아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L은 팀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번은 식당에서 이런 장면을 봤다.
다른 팀에서 L을 불렀다.
“L님, 여기 자리 있어요.”
L은 순간 멈칫했다.
그 짧은 찰나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때 J가 자연스럽게 말했다.
“L님, 우리 여기 앉았어요.”
톤은 평범했다.
명령도, 압박도 아니었다.
그런데 L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J 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일 아닐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묘하게 서늘해졌다.
회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L이 의견을 말하려고 입을 열면 J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건 제가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말은 정중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L의 말은 끝까지 가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L은 더 말수가 줄었다.
보고서에서도, 메신저에서도.
나는 몇 번이나 L을 불러 따로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괜히 불러서 더 위축시키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상황을 내가 과하게 해석하는 건 아닐까.
팀장이라는 자리는 때로는 너무 많은 판단을 요구한다.
개입해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늘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나는 그날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L이 제출한 자료였다.
구성도 괜찮았고, 내용도 문제 없었다.
나는 그대로 피드백을 했다.
“L님, 이 부분은 잘 정리하셨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L은 말했다.
“아, 근데 J님이랑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수정해서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말에 잠시 멈췄다.
“굳이 안 그러셔도 돼요. 지금도 충분합니다.”
그 순간, L의 표정이 흔들렸다.
마치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신호를 받은 사람처럼.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그래도... 확인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때 나는 확신했다.
이건 성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업무 스타일의 차이도 아니었다.
L은 이미 자기 판단을 사용하지 않는 쪽이 안전하다는 걸 배운 상태였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직접 혼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노골적으로 배제하지 않아도
사람은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방식이 얼마나 교묘한지.
나는 아직 J에게서 명확한 문제를 잡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건 성실함, 책임감, 팀을 챙기는 태도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L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말을 잃고, 선택을 잃고, 혼자가 되는 방식으로.
그날 밤, 나는 다시 메모를 남겼다.
‘L이 점점 자기 판단을 포기하고 있음. 누군가의 승인 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려 함.’
아직은 문제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느꼈다.
이 팀 안에는 누군가를 조용히 고립시키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규칙을 만든 사람은 아직 아무도 지목하지 못한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To be continue-